전문가 “북미 기싸움 지속”…‘트럼프 메시지’ 北 대응 주목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관심이 집중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이 끝났다.전문가들은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5∼10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3국 방문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시적인 새 해법이나 돌파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함에 따라 북미간의 ‘기싸움’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우선 북핵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모색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데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0일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트럼프의 주된 관심은 무역, 무기판매 등 경제적 이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핵 등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방문국의 입장과 그 나라 국민감정 등을 감안한 편의적인 메시지를 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국빈만찬 만찬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한 대목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미중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외교적 방법을 언급함으로써 한중이 전쟁 반대와 외교적 해법을 명확히 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당대회 이후 열리는 미중정상회담에서 양국 간에 좀 더 강한 북핵 관련 합의가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기존 합의를 재확인한 수준이었다”며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행될 가능성 보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기싸움이 계속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미중 정상 간에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북핵 관련 중대 논의가 이뤄졌을 개연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중국에서 발표는 그렇게 나왔지만 실제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서 얼마나 강하게 이야기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연출된’ 그림만 봐서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분명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도 “미중정상회담에서 경제·무역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북핵 등 군사·안보 문제는 비공개리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북핵은 큰 틀에서의 원칙적 얘기만 나왔지만 비공개리에 어떤 큰 틀에서의 ‘딜’이 나왔을 수도 있고, 깊은 논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순방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군사적 해법이나 조건없는 대화라는 양 극단의 해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한 느낌을 준 반면 제재와 봉쇄 기조가 굳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을 통해 확인된 북핵해법은 기존에 해온 제재·압박의 틀 안에 있긴 한데, 변화라면 ‘군사적 옵션 사용까지 상정한 북핵 저지’에서 ‘힘을 통한 억제’로 옮겨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트럼프가 말한 ‘힘을 통한 평화’도 무력을 바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힘의 우위를 통해 평화를 누리고 북핵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도 결국 거기에 편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동북아 순방에서 나온 대북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대응해 나올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의 변수다.
2개월 가까이 도발의 ‘숨고르기’를 해온 북한의 행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김근식 교수는 “미중정상회담에서 좀 더 강력한 대북 메시지가 합의되는 등 한미중이 협력해 대북 압박을 했더라면 김정은은 머리가 복잡해졌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만큼 북한은 ‘마이웨이’를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고유환 교수는 “트럼프가 대북 관여의 문은 열어둔 채 기다리겠다고 한 만큼 북한은 말로는 강하게 반발하더라도 상황을 좀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핵무력 완성의 95%에 도달했다면 남은 5%를 마저 채우는 것이 나은지, 남겨두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 미중관계의 상황 변화 등을 보아가며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향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쥔 중국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천영우 전 수석은 “중국이 지금처럼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며 “중국이 대북거래 완전 차단까지 나가게 될지 여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권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큰 틀에서의 ‘그랜드 딜’을 하지 않는 이상 북한에 대해 제재와 일정 수준의 전략적 우호협력을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도 중국과 일정 수준의 협력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향후 중국이 북핵 해결에 대해 고민이 많겠지만 일단 안보리 제재를 최대한 이행하려 할 것”이라며 “평양 관광을 규제하거나 밀무역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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