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놓고 동상이몽
트럼프는 해외 주둔에 부정적北, 中 견제… 철수 원치 않아
中, 쌍중단 카드로 美 견제할 듯
창설 100주년 맞은 주한미군 2사단
26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2사단 100주년 기념 재입대식에서 옛 미군 전투복을 입은 장병이 국민의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군의 해외 주둔에 부정적이다.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기를 점점 더 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의 우선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와 정치권에선 주한미군 철수를 아직 먼 얘기로 보는 분위기다. 미 인터넷 매체 ‘매클래치 워싱턴 뷰로’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거듭 2만 5000명 이상의 병력을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아이디어를 제기했지만, 이번 주말 군 지도자들은 한국을 방어한다는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역할과 지위를 수정하려 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일 “평화유지군으로서 충분히 주한미군에 새로운 임무 설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對)중국 견제를 고려할 때 미국도 주한미군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도 대외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군 철수를 원치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동북아시아의 역학관계로 보아 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세종연구소 주최 포럼에서 “북한은 이미 1991년 소련이 멸망한 이래 주한미군의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 왔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것 자체를 최대의 위협으로 여긴다.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성이 없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쌍중단’(북한 핵개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카드로 미국의 한반도 군사안보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주한미군은 현재 8군사령부와 제7공군사령부, 해군사령부 등에 2만 8500명이 배치돼 있다. 핵심 병력인 미8군의 경우 제2보병사단, 제19원정지원사령부, 제35방공포병여단, 501정보여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8-05-03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