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부·무관 발언 배치 ‘미스터리’… 靑·국방부 브리핑 혼선

러 정부·무관 발언 배치 ‘미스터리’… 靑·국방부 브리핑 혼선

이주원 기자
입력 2019-07-25 00:04
업데이트 2019-07-2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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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영공침범 인정 하루만에 돌변 왜

軍, 오후 4시15분에서야 전문 공개
“볼턴 방문 준비로 미처 확인 못했다”
靑 “오전 브리핑 때 보고 못 받았다”

러시아 군용기가 지난 23일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가 입장을 번복해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우리 청와대와 국방부가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3일 오후 1시 34분 침범 사태가 모두 종료되자 한국 국방부의 이진형 정책기획관은 오후 3시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차석 무관(대령급)을 서울 용산의 합참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이 비공개 면담에서 러시아 무관이 한 발언을 국방부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방부는 언론에는 러시아 무관의 발언을 외교적 관례를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24일 이른 아침 러시아 국방부가 모스크바의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에 영공 침범을 부인하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했고 대사관은 이 내용을 서울의 국방부로 보냈다. 하지만 정책실 등 관련 부서는 이 팩스를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11시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언론 브리핑에서 전날 국방부로부터 보고받은 러시아 무관의 발언을 공개했다. “의도를 갖고 침범한 것은 아니다”라는 영공 침범 시인 발언이었다. 그런데 오후 4시 15분에 국방부는 주러시아 대사관으로부터 이날 오전 받았으나 제때 확인하지 못했던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청와대 발표 내용과 달리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과 무관의 입장이 왜 다른지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정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무관이 비공개를 전제로 사견을 밝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오후 2시쯤 국방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기기 오작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무관이 개인적인 생각으로 얘기했다”고 선을 그었다가 기자들이 ‘왜 청와대 발표와 다르냐’고 추궁하자 “러시아 정부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발을 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러시아 무관의 비공식 의견을 전달받은 청와대가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섣불리 발표하면서 혼선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방부는 이날 아침 정경두 국방부 장관 명의의 대(對)러시아 항의 성명을 오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윤 수석이 무관의 영공 침범 시인 내용을 언론에 밝히자 성명을 취소했다.

논란이 일자 윤 수석은 오후 6시 15분 다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오전 브리핑을 할 때는 (러시아의 공식 입장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해 몰랐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왜 오전에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오늘 오전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국방부 방문을 준비하느라 팩스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19-07-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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