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北주민이 최전방 철책 넘을 때
감지유발기 부품 나사 풀려서 벨 안 울려
軍, 외형만 점검… 부품 확인 규정은 없어
중부전선 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에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철책에는 광망이 촘촘히 붙어 있어 절단하거나 구부리면 상황실에 비상벨이 울리도록 돼 있다. 철 기둥 위로는 150㎝의 ‘감지 브래킷’과 24㎝의 ‘감지 유발기’가 설치됐다. 두 장비 안에도 광망이 통과해 장비에 압력을 가하면 광망을 눌러 반응하게 된다.
육군 제공
육군 제공
군 당국은 강원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에서 기자단을 대상으로 A씨가 철책을 넘을 때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배경을 약 한 달 만인 지난 24일 공개했다.
철책에는 촘촘한 그물망 형태의 광망이 붙어 있어 광망을 구부리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하중이 가해지면 신호에 변화가 생겨 자동으로 비상벨이 울린다. 또 철책 기둥 위로는 Y자 모양의 감지 브래킷(벽이나 기둥에 돌출돼 축 등을 받치는 도구)과 감지 유발기가 설치돼 있어 무게가 실리면 비상벨이 울린다.
그러나 A씨는 철책이 아닌 철 기둥을 타고 올라가 광망을 피했고, 철책을 넘으며 감지 유발기에 올랐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감지 유발기 내부 나사가 느슨한 상태로 풀려 있어 압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군은 장비가 설치된 지 5년이 지난 데다 강한 바람 등으로 나사가 느슨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점검 매뉴얼상 장비 내부를 확인하는 내용도 없었다.
또 A씨가 이용한 철책 기둥에는 브래킷도 없었다. 북한군 침투가 쉬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브래킷이 없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은 이번 사건이 ‘작전 실패’는 아니라고 판단, 문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형 여건상 철책 현장에서의 신병 확보는 어려웠지만,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서 검거하는 ‘종심작전’으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다른 감지 유발기 일부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 나사가 풀릴 수 없는 감지 유발기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강원 동부전선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20-11-27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