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돌아온 은숙씨… 46년 만에 용서의 상봉

미군과 돌아온 은숙씨… 46년 만에 용서의 상봉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22-01-16 20:32
업데이트 2022-01-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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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사령관 아내는 입양한인

딸이라서… 생후 6개월째에 보내져
남편 근무지 따라 작년 한국 입국
“오빠가 용서 구해… 중요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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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이끄는 세스 그레이브스 사령관의 부인 타라 그레이브스(가운데)가 46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이라는 사연이 최근 공개됐다. 왼쪽부터 타라의 오빠 김형배씨, 타라, 세스 사령관.  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이끄는 세스 그레이브스 사령관의 부인 타라 그레이브스(가운데)가 46년 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이라는 사연이 최근 공개됐다. 왼쪽부터 타라의 오빠 김형배씨, 타라, 세스 사령관. 연합뉴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를 이끄는 사령관의 부인이 한국에서 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출신으로 알려졌다.

16일 미군 기관지 성조지(STARS AND STRIPES)에 따르면 세스 그레이브스 험프리스 기지 사령관의 아내 타라 그레이브스(47)의 한국 이름은 ‘김은숙’이다. 그녀는 생후 6개월째인 1975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헬스 트레이너인 그녀는 입양 40여년 만인 지난해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타라는 미네소타주의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동네에서 자라며 학교 급우나 이웃들로부터 인종차별로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그녀는 “버스 정류소에서 커다란 돌멩이를 나한테 던진 사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타라는 16세 때 한국에 사는 생모와 연락이 닿아 편지를 교환하기도 했다. 그녀는 왜 자신을 입양시켰는지 물었지만 생모는 직접 만나서 얘기하겠다며 한국어를 배우라고 요구했다. 이에 타라는 2년 만에 편지 교환을 그만뒀다.

결국 입양된 이후 한 번도 한국을 찾지 않았던 타라의 한국 가족과의 재회는 남편이 지난해 한국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성사됐다. 타라는 “아직까지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저의 (입양으로 인한) 상처가 치유될까 싶어서, 가족들에게 다시 연락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회는 평택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뤄졌는데, 큰오빠를 비롯한 6남매가 입양 46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남편인 세스 사령관과 17세인 딸 제나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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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당시 사진으로 ‘김은숙’이라는 한국 이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입양 당시 사진으로 ‘김은숙’이라는 한국 이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이 만남을 계기로 그녀는 자신의 친부모가 당시 딸 대신 아들 하나를 더 원했고, 어려운 형편 등으로 입양을 결정했던 사실을 전해 들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자식들이 아버지 밑에서 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숨을 거뒀다는 얘기도 듣게 됐다.

강원도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는 오빠 김형배씨는 “부모님에게 여동생이 어디로 갔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 당시 다른 형제들이 입양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하지만 나중엔 죄책감이 들었다”며 수십년 만에 다시 만난 여동생에게 용서를 구했다. 타라는 “오빠가 내게 용서를 구할 이유가 없었지만 오빠에게는 나한테서 용서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세스 사령관은 성조지에 “그들은 진심으로 아내와 나, 그리고 딸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줬다”며 “아내가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한국으로 돌아오지도, 가족과 다시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2022-01-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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