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서울까지’ 탈북여성 인권침해 실태

‘北서 서울까지’ 탈북여성 인권침해 실태

입력 2010-02-22 00:00
업데이트 2010-02-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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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22일 내놓은 탈북 여성의 인권침해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 여성들이 북한에서부터 탈북과정은 물론 남한에 정착할 때까지 겪어야 하는 참상과 고통이 어느정도인지를 간접적이나마 보여준다.

 비록 현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아니라 증언 등을 토대로 한 간접조사 결과이지만 국가기관이 탈북여성의 탈북·정착과정의 인권침해 실태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조사해 공개한 것은 처음이어서 눈길을 끈다.

 인권위는 최근 탈북해 국내에 정착한 탈북여성 26명을 대상으로 한 구술생애사적 심층면접조사,지난해 8월 하나원 여성 교육생 248명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탈북 여성에게 자행되는 인권 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비참한 생활 면하려 브로커에 운명 맡겨

 북한 여성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부터 열악한 환경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에서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하면 생계활동 때문에 산전,산후의 충분한 휴식은 이뤄지기 어렵고 국가의 무상의료 지원 역시 취약한 상황이다.약품이 부족해 시장에서 약을 사고 의사에게 ‘고여서’(뇌물을 주고) 약품을 구하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생계의 어려움으로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미혼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혼전 성관계,성폭력,성상납)부터 생계에 따른 낙태까지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이었다.

 한 탈북 여성은 “나도 벌어먹기 어려운데 아이를 낳으면 안 되거든요.약물을 배꼽 아래다 주사를 놓고 아이를 낳았어요.이미 죽었더라고요.어린 생명이지만 생명이잖아요.항상 죄스럽죠”라고 증언했다.

 1990년대 이후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탈북한 여성의 인권 침해 사례도 보고서에 수록됐다.

 중국으로 탈북한 여성은 신분증을 만들지 못한 채 공안의 추격으로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도 일할 수도 없어 자주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대개 현지인들이 꺼리는 힘든 일,간병인,보모,식모 따위의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신분적 약점 때문에 저임금으로 일하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도 했다.

 북한내 브로커는 탈북 여성을 국경선 건너편으로 넘겨주고,중국에 있는 브로커는 탈북 여성을 한족이나 조선족 남성들에게 또는 성매매업소에 팔아넘긴 사례도 있었다.

 ◇“화장실도 제대로 못가”…제3국서도 인권침해

 태국,캄보디아,몽골 등 제3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 여성들은 현지에서의 수용소,보호소,이민국의 경험을 가장 힘들고 기억하기 싶지 않은 것으로 꼽았다.

 브로커들은 제3국의 국경선까지만 안내하고 국경을 넘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이 때문에 정보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제3국에서 탈북 여성들은 온갖 고초를 겪으며 이민국이나 수용소,국경수비대에 도착한다.

 수용소 생활 기간 탈북 여성들은 이유 없는 폭력에 시달리거나 배설까지도 간섭받아야 했다.한 탈북자는 “밤 10시 이후엔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갈 수 없어 휴지통에 배설한 것을 치우려다가 맞는 일도 허다했다”고 증언했다.

 수용소에서는 자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뒷돈을 줘야 하며,자리를 사기까지 화장실에서 지내거나 자리를 살 때까지 사흘 동안 한 발로 지내기도 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관리자들은 ‘탈북자 주제에’ ‘북한 거시기 이것들이’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달고다녔다고 한다.

 탈북 여성 가운데 30~40대는 북한에 어린 자식을 두고 온 경우가 많아 죄책감에 자주 시달리고 북한에 둔 가족과 친척들로 인해 마음아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탈북 여성은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중국에 친척이 없으면 인신매매를 당하고 인신매매나 반강제 소개를 통해 중국 남성들과 결혼 형태로 살고 있다.인신매매를 당하지 않더라도 신분이 안전하지 못해 남자를 소개해 달라고 해서 동거하기도 한다.

 국경을 넘으면 행선지를 말하지 않고 무조건 팔려갈 곳으로 이동하며,탈북 여성이 팔려간 곳은 경제력을 갖춘 곳도 있지만,대개 중국사회의 하층민 거주지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한 및 제3국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인권침해를 경험해 육체적,정신적 상처(trauma)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본인 혹은 가족의 실종,사망 혹은 폭력,기아,인신매매 등의 체험은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남겼다.탈북여성 대부분은 복수의 병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탈북 여성들은 사회에 나온 직후부터 식당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되고,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과 같은 각종 사회보장 정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혜택을 못받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을 ‘열등한 3등 시민’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험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이들의 공통 경험 가운데 하나로 ‘탈북자’라고 신원을 밝히면 취업을 거부당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심지어 면전에서 “불법 체류 신분의 중국 교포를 쓰지,북한 사람은 안 쓴다”는 대답을 들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차라리 조선족이라고 소개하는 방안을 택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다.

 ◇북한내 인권침해도 여전…하나원 설문조사

 지난해 8월 하나원 여성 입소자 2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결과도 북한내 생존권 위협 및 인권 침해의 실상을 잘 드러내준다.

 ‘북한에 있을 당시 가족 중에 굶어 죽은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25.8%(64명)가 ‘있다’고 대답했고 ‘먹고 사는 문제로 가족과 헤어진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44.8%(111명)가 ‘있다’고 답했다.

 가족 내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혼자 졌다’고 응답한 탈북 여성이 42.2%(100명)로 가장 많았다.

 북한에 있을 당시 정치범수용소·교화소·노동단련대 등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23.8%(58명)가 있다고 응답했고 이 중 15.3%(38명)가 ‘고문이나 가혹행위,성적 모욕이 있었다“고 답했다.

 북한에서 원치 않는 임신이나 기타 이유로 낙태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28.2%(70명)가 ’있다‘고 답했다.

 북한을 떠난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가 69.4%(188명)로 가장 많았고,19.8%(49명)는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국경수비대나 관련자에게 뇌물이나 성적 대가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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