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영상물 유료사이트 개설은 개방 신호탄”

“北영상물 유료사이트 개설은 개방 신호탄”

입력 2012-08-01 00:00
업데이트 2012-08-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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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강화·’선군정치 출구’ 모색 등 의미도”

북한의 최근 영상물 판매 사이트 개설은 대외개방과 저작권 보호 노력의 일환이며 이를 계기로 관광 등 여러 분야로 개방이 확대될 것이라고 북한 소식통들이 1일 내다봤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북한의 영화·문예물 배급 사업을 하는 장주성 고선필름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의 목란비데오 사이트(www.kmvc5.com)를 지난 5월부터 홍콩에 서버를 두고 운영해왔다고 밝히고 “영화 관계자들의 말이나 문화개방 실태 등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깜짝 놀랄 수준의 점진적인 대외개방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북한)어와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5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이 사이트는 영화와 만화,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각종 영상물 약 1천300건 외에 음악, 사진, 우표 등이 망라돼 있다. 태견 극영화 ‘평양 날파람’ 등 영상물의 다운로드 가격은 편당 평균 1∼3달러로 싼 편이다.

장 대표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사이트들의 영상물 도용을 막기 위한 유료 서비스로 보이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대 들어 가시화된 변화의 바람을 뒷받침하려는 후속 조치”로 설명한 뒤 “영상물들이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한데다 희귀한 북한 문예물이어서 전세계 영화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북한은 1974년 지식재산권기구(WIPO)에 가입했고 2003년 1월 문학, 영상, 예술작품 등을 베른협약에 등록했다. 하지만 북한 영상물의 세계 저작권 등록 사실을 모르는 채 ‘꽃 파는 처녀’와 ‘아리랑축전’ 등 영상을 불법 제작해 판매하는 사이트가 중국에만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북측은 판단하고 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북한 영상물의 유료 사이트 개설을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저작권 강화 조치”로 설명했다. 전 교수는 “하지만 더욱 주목할 것은 ‘선군정치의 출구’를 모색해 온 김정은 정권의 첫 출구전략일 수 있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김 1위원장은 ‘국제적 고립’ 상황을 심화시킨 선군정치의 탈피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북한의 달라진 모습을 과시하고 주민들의 의식도 바꾸는 등 쉽게 가시적 효과를 내려면 정치, 경제, 군사 등에 비해 리스크가 적은 문화사업을 첫 출구로 삼은 것으로 추정되며 머잖아 관광상품 출품 등 관광을 비롯한 여러 분야로 개혁개방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 교수는 내다봤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영상물 사이트 개설을 “김 1위원장이 강조해 온 ‘세계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며 “문화상품 소개와 판매를 통해 북한을 세계에 널리 알리면서 지재권 보호로 상업적 이익도 극대화하려는 다목적 포석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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