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혁 성패의 관건 ‘시장 정책’ 오락가락

北, 개혁 성패의 관건 ‘시장 정책’ 오락가락

입력 2012-08-09 00:00
업데이트 2012-08-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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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시장 전면 허용했다 2005년부터 규제 시작

북한이 최근 시장경제를 일부 수용하는 경제개혁 조처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북한 당국이 시장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모든 재화의 생산·유통·소비를 사전에 수립한 계획에 맞춰 실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계획경제체제’를 국가 경제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런 북한에서 사람이 모이고 정보가 유통되는 공간인 시장은 체제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되는 동시에 국가재정을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입원 기능도 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시장의 이런 특성을 감안해 2002년 시장을 전면 허용했지만 2005년부터 규제하다가 최근에는 다시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사실상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2002년 ‘7·1조치’로 시장 전면 허용 = 북한에 시장이 전면적으로 활성화된 계기는 2002년 단행된 ‘7·1경제관리개선조치’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최악의 경제난을 경험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10월 당과 내각의 간부를 모아 놓고 임금의 평균주의 철폐 등 경제개혁 원칙을 제시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제시한 경제개혁 원칙은 이듬해 가격 및 생활비 현실화, 독립채산제 도입, 분조관리제 중심의 협동농장 운영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7·1조치’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7·1조치는 북한의 만성적인 재화의 공급부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2003년 3월 김 위원장의 ‘시장 장려’ 조치에 이어 5월 내각이 ‘시장관리운영 규정’을 발표하는 등 시장과 개인 상거래를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2004년부터 북한에 대규모 종합시장이 조성되기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그 숫자가 300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3년 당시 내각 화학공업상이었던 박봉주를 총리로 전격 기용해 내각 인사권 등 파격적인 권한을 부여하며 개혁조치를 실시했다.

박 총리는 2004년 6월 ‘내각 상무조(일종의 테스크포스팀)’를 가동해 가족영농제 도입, 기업경영 자율화, 당의 노력동원 금지, 도매 시장 등 유통구조 구축, 상업·무역 은행 신설 등 파격적인 경제개혁안을 감행했다.

◇2005년 당·정 갈등서 승리한 당이 시장 통제 = 그러나 2005년 들어 노동당이 내각의 개혁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급기야 2006년 6월 박봉주 총리는 자금전용을 이유로 ‘직무정지’에 처해지고 2007년 4월 해임되기에 이른다.

2005년을 전환점으로 북한 당국은 2009년 말까지 양곡전매제 시행, 부동산 전면 실사, 개인 서비스업 실태조사, 종합시장 통제 시작, 종합시장 개장일수 및 판매품목 제한, 종합시장 공간 축소 등 반시장적 조치들을 잇달아 내놨다.

특히 2009년 11월 계획경제 강화와 경제건설 재원마련, 통화량 조절 등을 목적으로 구권과 신권을 100대 1로 교환하는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한 것은 시장활동을 사실상 차단하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을 통해 근로자의 명목 임금을 100배 정도 올렸지만 식량과 각종 생필품 부족, 물가 급등 등으로 주민들의 생활난은 더 악화됐다.

또 화폐개혁 당시 시장 내 수입품과 공산품 판매를 금지하고 종합시장의 농민시장화를 추진하는 한편 외화사용을 금지했지만 오히려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화폐개혁 3개월 여만인 2010년 2월 시장통제를 다소 완화하고 외화사용 금지를 철회했다.

◇시장 다시 활성화되나 = 최근 북한이 시장경제를 일부 수용하는 경제개혁 조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지가 관심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6월28일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경제방침을 제시했고 이 방침에 대한 실질적 실행조치가 기업과 개인의 생산물자 자율처분권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조치가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12월 급사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지 반년이 조금 지나서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북한 권력층이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북한의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해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자율처분권의 확대는 결국 시장 판매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로 그동안 침체했던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농장이나 공장·기업소에서 국가에 납부하고 남은 잉여 생산물을 시장에서 음성적·불법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묵인해왔다”며 “이를 공식화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이번 조치는 결국 시장의 확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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