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70년대 중반 카터 당선직후 ‘북미회담’ 제안

김일성, 70년대 중반 카터 당선직후 ‘북미회담’ 제안

입력 2013-06-20 00:00
업데이트 2013-06-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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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파키스탄 부토총리 통해 “한국 참여없이 대화없다” 대응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197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지미 카터가 당선된 직후 파키스탄 줄피카르 알리 부토 총리를 통해 ‘북미 직접대화’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19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미국은 이에 대해 “한국의 참여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고 대응했으며 북한의 대화 시도 사실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이런 내용은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가 비밀해제된 1976∼77년 미국 정부의 관련 전문을 통해 파악했다.

1976년 11월30일과 1977년 2월26일 미국 국무장관이 주한 미국대사 등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1976년 11월 대선에서 카터 후보가 당선된 직후 파키스탄 부토 총리를 통해 미국과 직접 접촉을 원한다는 뜻을 카터 측에 전달했다.

해당 전문에는 부토 총리가 김일성 주석의 메시지를 담은 서한을 직접 카터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냈으며, 이런 사실을 파키스탄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확인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무부는 이런 사실을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북한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음도 전해주도록 했다.

전문에는 “최근 석달 사이에 김일성이 부토를 통해 두 차례 메시지를 전달해왔다”면서 “하지만 이슬라마바드 주재 미국 대사관은 미국이 한국 정부의 참여없이는 북한과 직접 접촉해 한반도의 미래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파키스탄에 통보했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북한이 과거 한국을 포함한 3자대화나 중국까지 포함한 4자 대화에 동의했던 적이 있음을 상기시킨 뒤 “이 시점에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안된다”는 뜻이 강조돼 있다.

이와 함께 당시 미국에 망명중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의 갈등상황도 고려해 미국의 방침을 결정했음도 설명돼 있다.

1977년 2월28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마이클 아마코스트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북한의 직접대화 요구 서한 등을 수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자세히 밝힌다.

김일성이 부토 총리 등을 통해 직접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해온 것과 비슷한 시기에 북한의 허담 외상은 사이러스 밴스 미국 국무장관에게 비슷한 내용의 서신을 저명한 미국의 철학자인 제리 코언의 친구를 통해 보내왔다.

아마코스트는 서한을 받지 않아야 하는 이유로 일단 개인 채널을 통해 이런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으며 북한이 그들에 의한 한반도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시점에서 전략적 접근을 해왔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고립을 도모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노리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당시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국제사회에서는 밀수행각이 적발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으며,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후 북한내 동요 기미가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코스트는 결론적으로 북한이 카터 대통령 당선 이후 전략을 재검토했고, 그 핵심은 미국과의 관계설정이며, 특히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으로 북한이 일종의 낙관적 정서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일성 주석은 1974년 6월5일 평양을 방문한 세네갈의 생고르 대통령에게 “우리의 적은 일본이다. 미국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비밀협상을 환영하며, 한국과 관련한 미국의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생고르 대통령은 김일성의 이런 뜻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1974년 6월6일자 국무부 전문은 전했다.

홍 교수는 “북한이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북미 직접대화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전략적으로 과감한 외교행태를 구사해왔음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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