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 개미마을 힘든 겨울나기
석양순(86·여)씨가 홀로 사는 6.6㎡(2평) 남짓한 방은 말 그대로 냉골.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난방기구라고는 낡은 전기장판이 유일했다. 기름값 때문에 보일러는 틀어 본 적도 없으며, 외투에 털모자를 쓰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했다.![27일,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의 단칸방에서 석양순씨가 방안에서도 입김이 나올 만큼 시린 추위를 견디기 위해 털모자와 외투를 껴입고 앉아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12/27/SSI_20101227163959.jpg)
![27일,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의 단칸방에서 석양순씨가 방안에서도 입김이 나올 만큼 시린 추위를 견디기 위해 털모자와 외투를 껴입고 앉아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12/27/SSI_20101227163959.jpg)
27일,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의 단칸방에서 석양순씨가 방안에서도 입김이 나올 만큼 시린 추위를 견디기 위해 털모자와 외투를 껴입고 앉아 있다.
“새해 소망이랄 게 있나. 나나 그놈(맏아들)이나 빨리 죽어야지.” 석씨가 “새해 소망”이라는 말을 듣자 금세 눈물을 뚝뚝 흘렸다. 뇌출혈로 쓰러져 3년째 식물인간이 돼 병상에 누워 있는 맏아들 걱정 때문이란다.
![석씨와 이웃 주민이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 개미마을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12/27/SSI_20101227164017.jpg)
![석씨와 이웃 주민이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 개미마을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0/12/27/SSI_20101227164017.jpg)
석씨와 이웃 주민이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 개미마을 비탈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그나마 있던 도움의 손길도 끊길 위기다. 일주일에 두번 ‘서부 천사 재가노인지원센터’에서 반찬도 만들어 주고 빨래나 방청소 등 가사도 돕고 있지만 새해부터는 그마저 끊긴다. 적자 때문에 센터의 폐업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 사태로 냉소적인 시선이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재개발 때문에 주민들이 갈라선 것도 개미마을 주민들의 겨울나기를 더욱 힘들게 하는 이유다. 2006년 3월 개미마을을 포함한 이 일대 산자락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주민들이 찬반 양쪽으로 갈라서기 시작했다. 이때 주민 대다수가 부동산 업자들에게 땅을 팔고 나갔다. 현재 개미마을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20여 가구에 불과하다.
곳곳이 빈집이었다. 세찬 골바람에 방문이 덜컹거리고 창문에 덧댄 비닐이 미친 듯 울어댔다. 못 살아도 개미같이 착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던 이 마을이 한순간에 변해버렸다. 1973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이문용(75)씨는 “37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땐 판잣집뿐이었고 포장길 하나 없었다. 그래도 이웃끼리 정만은 도타웠는데 이제는 걸핏하면 싸움이다.”며 길고 찬 한숨만 내쉬었다.
글 사진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2010-12-28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