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구하려다 범죄에 발들여’…집유 선고
가족의 생명을 구하려고 불법 장기매매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기소된 40대 남성이 재판 도중 자신의 장기기증을 결심하자 법원이 집행유예 판결로 선처했다.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사업가 A(46)씨는 지난 2008년 누나의 간에 이상이 생겨 이식 수술이 급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내 합법적인 경로를 통한 이식이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달은 그는 불법이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간을 판매할 사람을 찾아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B씨를 찾아낸 A씨는 간을 이식해주면 당장 100만원을 주고, 사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류제품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계약이 성사되면서 그해 7월 A씨 누나는 간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한동안 장기 밀매의 기억을 잊고 살아온 A씨였지만,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로 이식 수술을 성사시켰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지인들이 2010년 그에게 장기 매매 알선을 부탁하면서 다시 죄를 범하게 됐다.
그는 알선 대가로 300만~500만원을 받고 그해 5월과 7월 가족관계증명서·재직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두 건의 간·신장 이식 수술을 성사시켜줬다.
이 법원 형사합의28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장기매매를 알선하고 대가로 돈을 챙긴 혐의(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우선 “장기 이식이 금전거래의 대상이 되면 이익을 위해 장기 매도자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장기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반드시 금지돼야 하는데도 대가를 받고 매매해 A씨의 죄가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A씨가 재판 도중인 작년 12월 자신을 장기기증 희망자로 국립장기이식 관리센터에 등록한 점과 가족의 수술을 위해 범행한 점, 영업적·조직적으로 매매했다고는 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죄가 가볍지 않지만 A씨가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고 가족을 위해 범행을 시작한 점을 고려해 선처한 판결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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