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앗아간 ‘기부천사 소방관’

화마가 앗아간 ‘기부천사 소방관’

입력 2012-11-05 00:00
업데이트 2012-11-0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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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창고 화재 김영수 소방경 순직

인천 물류창고 화재 진압에 나섰던 50대 소방관이 연기에 질식해 순직했다. 그는 1년여 전 쉰이 넘은 나이에 늦깎이 결혼을 한 데다 평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남몰래 기부와 봉사활동을 해 온 터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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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마련된 김영수 소방경의 빈소에 한 추모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인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마련된 김영수 소방경의 빈소에 한 추모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인천시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7시 16분쯤 부평구 창천동의 한 물류창고에 불이 나 소방관 330여명과 소방차 40대가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불은 15분 만에 꺼졌지만 잔불 정리 작업을 하던 갈산 119안전센터 부센터장 김영수(54) 소방위가 보이지 않았다. 동료들이 곧바로 수색 작업에 들어가 화재 발생 7시간여 만인 3일 오전 2시 52분쯤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는 김 소방위를 발견했다. 소방 당국은 “지하 2층 공간이 상당히 넓은데 곳곳에 물품이 쌓여 있고 연기가 짙어 김 소방위가 미로와도 같은 출입구를 찾지 못하고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3층에 전체 면적이 5만 3000㎡에 달한다.

1988년 임용된 김 소방위는 젊은 시절부터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기부와 봉사활동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방위는 나이 50이 넘도록 결혼을 미룬 채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지난해 10월 결혼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터라 가족과 동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와 20년을 함께 근무한 한 동료(50)는 “승진 욕심도 없어 부하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 하시던 분이다. 화재 현장에만 있다가 지난해 뒤늦게 승진하고 늦장가까지 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방위와 영종도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다른 동료는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인맥이 좋으신 분이었다. 동창회도 직접 조직하고 전국 곳곳에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간관계가 좋았다. 작년에 좋은 일이 잇달아 생겨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김 소방위는 아내와 함께 해외로 성지순례를 떠날 계획도 세워 뒀었다. 그러나 결혼 1주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화마와 싸우기 위해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한상대 인천소방안전본부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정부가 수여한 옥조근정훈장을 유족에게 대신 전했다. 김 소방경은 소방위에서 소방경으로 1계급 특진 추서됐다.

누나 김영선(65)씨는 “10년 전에 동생이 1박 2일로 친구들과 설악산에 놀러 갔다가 카메라를 잃어버려 안절부절못하는 노인에게 카메라를 직접 찾아줬는데 그해 추석 때 노인분이 집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던 적도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의 빈소에는 순직 이틀째인 이날 오후까지 정치권 인사와 동료 소방관 등 2000여명이 다녀갔다. 영결식은 5일 오전 9시 부평소방서에서 소방서장으로 엄수된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2012-11-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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