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PVC관 75%가 비인증… ‘납범벅’ 불량품 넘친다

시중 PVC관 75%가 비인증… ‘납범벅’ 불량품 넘친다

입력 2012-11-05 00:00
업데이트 201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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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각 PVC관 실태점검

폴리염화비닐(PVC)관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자재로 여러 곳에 쓰이고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하수관거나 공동주택의 배수관이고, 교량이나 물속을 지나는 케이블 관 등으로도 쓰인다. 문제는 유통되는 물량 중 대부분은 품질이나 안전 기준조차 없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일본에서 납 함유량이 높은 산업폐기물로 만든 불량제품도 버젓이 들여와 유통되고 있다. 수입되는 폐PVC 덩어리만도 월 4500t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불량 제품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단속 기준이 미흡한 데다 관련 부처도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폐기물로 만든 PVC관은 중금속인 납의 함유량이 높은 데다 쉽게 파손되는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량제품을 건물 배관으로 사용할 경우 오염물질이 흘러나와 개·보수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과 건축물의 수명도 단축시킨다. 땅속에 매설된 경우 파이프 파손에 따른 지반·도로의 침하로 이어지고 중금속에 의한 토양오염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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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상가건물 건축 현장에 배관으로 사용할 PVC 관이 쌓여 있다. 시중에는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저질 PVC관이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 상가 건축물 등의 배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방의 한 상가건물 건축 현장에 배관으로 사용할 PVC 관이 쌓여 있다. 시중에는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저질 PVC관이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 상가 건축물 등의 배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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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택의 배수관으로 쓰이는 PVC관은 비인증 제품이 대부분이다.
단독 주택의 배수관으로 쓰이는 PVC관은 비인증 제품이 대부분이다.
●정부, KS 인증제품만 관리

올해 국정감사에서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은 불량 PVC관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강하게 정부를 질타했다. 현재 PVC관은 지식경제부에서 ‘산업표준화법’에 의해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KS 인증은 강제가 아니라 임의이기 때문에 인증 마크 없이도 누구나 PVC관을 생산할 수 있다. KS 인증 제품은 품질기준이 있지만, 비인증 제품은 최소한의 품질과 안전 기준조차 없다.

정부는 현재 PVC관 시장의 25%에 불과한 KS 인증 제품만 관리하고, 나머지 75% 비인증 제품은 방치되고 있다. 환경부 역시 수입 산업폐기물 재활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수입 폐기물을 재활용해 제품을 생산할 때 관할 지방환경청의 허락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4일 녹색소비자연대 등 환경단체들은 “지금처럼 지경부 소관인 산업표준화법만 가지고는 불량 PVC관 생산과 유통을 막을 수 없다.”면서 “비정상적인 시장구조가 형성된 것은 기술표준원의 제품 사후관리에 허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하수도 사업은 KS제품이나 단체표준에 따라 생산된 제품을 쓰면 되는데 자재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불량 제품도 비일비재하게 건설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기술표준원은 인원 대비 관리 품목이 너무 많은 데다, 빠른 기술력에 따른 변화를 표준에 반영·관리하는 전문인력 확보도 미흡한 상태다.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 입찰로 진행되는 자재 납품 과정에서 일단 저가로 수주하고, 조달청에 납품되는 제품이나 KS와 단체표준을 인증받은 제품 중에서도 실제로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제품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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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불명 마크를 붙여 유통 중인 비인증 PVC관.
출처불명 마크를 붙여 유통 중인 비인증 PVC관.
●불량품을 KS 정품과 혼합해 눈가림

현재 환경부가 시행하는 각종 하수관거 사업이나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인증제품을 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이 난립하고 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KS 제품들도 최소 법적 기준만 맞춘 채 납품하고 있다.

지경부(기술표준원)는 비인증 제품을 법의 테두리에서 통제하기 위해 ‘안전품질 표시대상 공산품의 안전기준 고시’ 개정(안)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2010년과 2011년 각각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여태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불량품 생산업체들과 2006년 ‘중금속 없는 PVC 파이프 생산’에 대해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은 “실제 수입되는 폐PVC와 국내에서 발생되는 폐PVC(월 1000t)로 생산되는 제품은 7000t에 이른다.”며 “재료량보다 생산량이 많은 것은 재료를 아끼기 위해 돌가루를 많이 투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주거용 건축물은 35만가구로 이 중 18만 2000가구가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단독주택, 오피스텔 등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들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 상가 건축물 배관 등에 저렴하고 제품의 질도 나쁜 비인증 PVC관이 다량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폐PVC 양이 워낙 많아 KS 정품이나 생산자 단체표준 제품을 생산할 때도 은밀히 혼합해 내구성이 필수인 매설용 하수도관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 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2012-11-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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