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오프’ 살인수배자 검거한 형사의 ‘근성’

’페이스오프’ 살인수배자 검거한 형사의 ‘근성’

입력 2012-11-07 00:00
업데이트 2012-11-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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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정보활동·잠복으로 성형 조폭 두목 검거

‘뛰는 살인범 뒤에는 끈질긴 거북이걸음으로 쫓는 형사가 있었다.’

4년여 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조폭 간 살인사건을 해결한 데는 민완 형사의 근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8년 9월 9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극장 앞에서 전남 해남의 모 폭력조직 두목 박모(40)씨가 다른 파 조직원을 흉기로 살해하고 달아났다.

박씨는 경찰의 중요 지명피의자 종합수배 명단 1번에 올랐다.

강남경찰서, 서울지방경찰청의 추적을 피해 잠적한 박씨가 해남에 나타났다는 첩보가 입수된 것은 1년 전.

박씨는 도피자금을 마련하려고 해남과 광주의 지인들을 찾아다녔다.

해남경찰서 수사과 김성혁(41) 경사가 박씨의 ‘그림자’가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인 지난 7월 30일 김 경사에게 박씨의 모습이 포착됐다.

조직원을 미행하던 김 경사는 과학수사팀 직원과 함께 해남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에서 나오는 조직원, 부두목, 박씨, 부두목의 BMW 차량을 차례로 사진기에 담았다.

박씨는 100㎏이 넘는 거구였던 수배 사진 속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성형수술로 얼굴이 확 바뀌었다.

김 경사는 정보원을 통해 박씨가 성형수술을 했고 사진 속 인물이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경사는 부두목이 사는 광주 수완지구, 박씨의 지인이 장사하는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를 오가며 박씨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거듭된 잠복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틈틈이’ 있을 정도였다.

김 경사는 지난 5일 오후에도 충장로, 금남로, 대인동 일대를 탐문하다가 대인동 한 유료 주차장에서 부두목의 BMW 차량을 발견했다.

잠복 두 시간여 만에 박씨는 이 차량 옆에 주차된 쏘나타 승용차에 타려다가 현장에 있던 형사 4명에게 붙잡혔다. 김 경사는 도주를 우려해 공포탄을 쐈다.

박씨는 “내 운명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순순히 연행에 응했다.

15~20㎏을 감량해 인상이 변한 박씨는 성형 사실을 부인하다가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똑한 콧날과 날렵한 턱선은 얼굴 전체 성형을 의심하게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차량 트렁크에는 등산 장비, 운동화, 텐트, 낚싯대, 모자 등이 실려 있어 은신생활상을 짐작게 했다.

김 경사는 “강남경찰서에 인계되기 전 박씨는 ‘피해자 측과 합의하지 못해 아쉽다’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며 “서울, 해남 할 것 없이 고생한 동료 경찰관들의 노력이 결실을 얻어 보람스럽다”고 말했다.

1995년 경찰에 입문한 김 경사는 올해 들어서만 6억 원대 횡령범, 동거녀 살해범 등의 검거에 기여하는 등 주요 사건마다 맹활약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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