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삼아 했는데” 수표 복사 40대 전과자 신세

“장난삼아 했는데” 수표 복사 40대 전과자 신세

입력 2013-01-13 00:00
수정 2013-01-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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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범법 의도 없었고 유통 안돼 선처”…집행유예 판결

40대 남성이 장난삼아 수표를 무더기로 복사했다가 전과자 신세가 됐다.

청주시에 거주하는 A(40)씨가 위조수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월세 보증금을 빨리 마련하라는 부인의 등쌀에 못 이겨 장난삼아 10만원권과 100만원권 수표를 컬러 복사한 게 화근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있는 복사기 겸용 컬러 프린터로 수표를 양면 복사한 뒤 크기에 맞게 잘랐다.

이런 식으로 출력한 위조수표 금액은 무려 4천600만원에 달했다.

그는 “부모님께 돈을 빌렸다”며 이중 3천만원어치의 위조 수표를 부인에게 건넸다.

그의 부인은 눈으로 보기에도 조잡한 위조 수표에 ‘헛웃음’을 쳤다. 물론 이 돈은 월세보증금으로 지급되지도 않았다.

”허튼 장난 그만두라”는 부인의 핀잔만 실컷 들은 A씨였지만 그의 ‘못된 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개월 뒤인 지난해 5월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온 친구와 함께 술값 내기 카드 게임을 하다가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 10만원권 수표 26장을 복사했다.

게임을 도박처럼 실감 나게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웃자고 한 A씨의 ‘범행’은 그의 친구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범죄 요건’이 됐다.

친구의 지갑에서 100만원권 위조수표를 발견한 경찰이 추적에 나서면서 A씨 역시 입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집 화장실에서 위조수표가 가득 담긴 가방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더욱 커졌다. 경찰은 한때 대형 위조지폐 사건인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표를 복사한 행위에 대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죄, 위조수표를 부인에게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형법상 위조유가증권 행사죄를 적용,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청주지법 형사2단독 허선아 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90시간을 명령했다고 13일 밝혔다.

허 판사는 판결문에서 “위조수표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사용되지 않았고, 위조 상태가 조악해 위험성도 크지 않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부정수표단속법상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수표를 복사했다면 1년 이상의 징역과 수표금액 10배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위조수표를 사용하면 이보다 더 무거운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살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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