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수질정책 전환 불가피…생태복원 목소리 커져

4대강 수질정책 전환 불가피…생태복원 목소리 커져

입력 2013-01-18 00:00
수정 2013-01-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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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기준 적용하면 수질목표 달성률 ‘반토막’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수질관리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나 정책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흐르던 물이 보에 막혀 ‘고인 물’이 된 상황에서 수질관리 기준도 달려져야 하는 하는데 정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무리한 토목공사로 습지가 파괴되고 생물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도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환경파괴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끝내고 4대강 유역의 수생태계를 되살리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한다.

◇’고인 물’ 고려안한 수질 관리…정부 개선책 준비 = 감사원은 4대강의 수질이 악화된 근거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조류농도가 증가한 점을 들었다.

COD는 공사 전인 2005∼2009년 상반기 평균 5.64㎎/ℓ에서 지난해 상반기 6.15㎎/ℓ로 9% 늘었다. 강물을 오염시키는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데 공사 전보다 9%의 산소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녹조현상의 주범인 조류 농도도 32.5㎎/㎥에서 33.1㎎/㎥로 1.9% 증가했다.

수질지표보다 더 심각한 점은 보에 막혀 흐르지 못하는 강물이다.

환경부는 여섯 개의 보가 들어선 낙동강의 정체 시간이 8.6일에서 100일로 늘어날 것으로 2009년 예측했다.

환경부는 COD와 달리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0% 줄었다고 항변했지만 감사원은 달라진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수 등 정체된 수역에서는 미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는 탓에 BOD 수치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COD 등 다른 지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4대강이 곳곳에 들어선 보 때문에 거대한 ‘고인 물’이 됐다고 감사원이 확인한 셈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사업 초기 BOD만을 기준으로 4대강 66개 권역의 86.3%에서 2급수 수질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감사원이 16개 보 구간을 호수로 보고 조류농도 기준을 적용해보니 목표 달성률은 37.5%로 반토막이 났다. 애초 수질개선 목표 자체가 틀렸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감사결과 발표 이전에도 수질악화에 대한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되자 이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BOD로 대표되는 기존 수질기준에 올해부터 총유기탄소량(TOC)이 추가된다. BOD는 물속 유기물질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을 재 오염정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반면 TOC는 유기물질의 양을 직접 측정하는 방식이어서 감사원이 지적한 ‘수질 왜곡’의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

환경부는 일단 TOC 환경기준을 몇 년 동안 운영해 추이를 파악한 뒤 직접 규제를 위한 배출허용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같은 맥락에서 비점오염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 잘 분해되지 않는 유기물질을 줄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런 수질관리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섭 물환경정책국장은 “BOD 뿐 아니라 COD와 TP(총인)를 포함한 관리대책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4대강 사업 초기 이런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을 뿐 우리나라도 계속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생태계 복원 목소리 커져…”일단 수문 열어야” =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보의 안전성과 수질악화에 집중되고 있지만 토목공사에 따른 생태계 파괴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환경운동연합은 공사가 한창이던 2010년 4월 4대강 사업으로 위기에 처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12종을 선정해 발표했다. 얼룩새코미꾸리와 흰수마자ㆍ묵납자루ㆍ미호종개 등 한반도 고유종을 포함한 민물고기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봤다.

준설작업 등으로 수심이 깊어지고 물이 정체돼 서식지가 교란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공사 기간 곳곳에서 멸종위기 동ㆍ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됐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2급 단양쑥부쟁이가 대표적이다.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는 2010년 5월 현장조사를 통해 대체 서식지로 옮겨진 단양쑥부쟁이 2천656개체가 말라죽은 사실을 확인했다. 서식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대체 서식지를 선정한 데다 무리한 이식 작업도 졸속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4대강 범대위는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공사 기간 꾸구리ㆍ표범장지뱀 등 여러 멸종위기종이 서식지를 잃거나 폐사했다며 이는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환경영향평가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연자원의 보고’로 불리는 전국 곳곳의 습지도 4대강 사업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계습지네트워크(WWN)는 아시아 최악의 습지파괴 사례로 4대강 사업을 선정했다. 국내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100곳 이상의 하천습지가 훼손되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철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77개 습지 12.07㎢가 영향을 받았지만 12.53㎢의 대체습지를 만들어 습지가 오히려 늘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대체습지가 생물 서식지의 기능을 할 수 없는 부적절한 장소에 마련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4대강의 ‘재자연화’를 요구하는 환경단체 진영의 목소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환경단체들은 당장 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장기적으로는 철거해 4대강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얕은 여울과 모래톱 등 사라진 수생생물 서식지를 되돌리려면 일단 수문을 개방해 강물이 제 속도로 흐르고 재퇴적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대형 구조물이 강물을 가로막으면서 강이 호수가 돼버린 게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라며 “필요한 부분에 습지가 다시 조성될 수 있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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