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취소’ 극약처방에도 강남학원가 기출문제 사고팔기 여전

‘SAT 취소’ 극약처방에도 강남학원가 기출문제 사고팔기 여전

입력 2013-05-21 00:00
수정 2013-05-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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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어학원 수요에 공급 꾸준… 온라인상에서도 은밀한 거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미국 대입학력고사(ACT) 등 미국 대학입학 시험의 기출 문제 판매글. 판매자는 기출 문제 유출이 금지된 SAT 등 시험 문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버젓이 광고하고 있다. 온라인 중고장터 화면 캡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미국 대입학력고사(ACT) 등 미국 대학입학 시험의 기출 문제 판매글. 판매자는 기출 문제 유출이 금지된 SAT 등 시험 문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버젓이 광고하고 있다.
온라인 중고장터 화면 캡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 유출로 5, 6월에 예정됐던 국내 SAT 시험이 전격 취소된 가운데 문제 유출의 장본인으로 지목됐던 서울 강남의 학원가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또다시 기출 문제를 유출하거나 사고 팔기를 하고 있어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로 미국 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학생 점수를 저평가하는 현상)가 나타나면서 기출 문제에 대한 가격이 치솟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0일 학원가에 따르면 국내 SAT 시험이 연이어 취소가 됐음에도 SAT와 미국 대입학력고사(ACT) 등 미국 대입시험의 기출 문제가 여전히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과 신사동 등에 밀집한 미국 유학준비 어학원 사이에서는 ‘누가 기출 문제를 더 많이 갖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인기가 결정 나기 때문이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많은 학원들이 기출 문제를 책으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강의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이메일 주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를 남기고 ‘문제가 필요하면 연락 달라’며 은밀한 거래를 시도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두 시험의 주관사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를 하고 있어 해당 시험의 기출 문제 공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점수만 높으면 된다’는 국내 학원과 학생들의 인식 때문에 유출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제 유출 행위가 근절되지 않으면 국내 유학 준비생들은 시험 취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에서 24년간 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6)씨는 “학원들이 ACT 시험을 다음 타깃으로 삼고 이전처럼 공공연히 문제 유출 행위를 한다면 ‘제2의 SAT 취소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학 컨설턴트 오모(49)씨는 “아이비리그와 주요 주립대에서는 한국인 지원자의 SAT, ACT 점수를 다른 국가 지원자들 점수보다 낮게 본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 “문제 유출에 가담하는 학원이나 학생들 모두 스스로의 발등을 찍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5-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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