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엄정하게 보호해야” “대형업체 독점 용인하는 꼴”
EBS 및 교과서 출판사와 문제집 출판사 및 인터넷 강의업체 간 저작권 분쟁이 치열하다. EBS와 교과서 출판사는 “엄정한 저작권법 적용”을 주장하지만, 중소 문제집 출판사 등은 “국가가 EBS와 교과서 개발이 가능한 대형사에 독점적 이득을 보장해 주는 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05/26/SSI_20130526182552.jpg)
![](https://img.seoul.co.kr//img/upload/2013/05/26/SSI_20130526182552.jpg)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 장재윤)는 교과서 출판사가 교과서 속 지문을 무단 인용해 문제집을 만든 업체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과서는 공공재 성격을 갖지만, 수십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교과서 출판사의 저작권 또한 인정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1년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은 이번과 달랐다. 당시에는 교과서 업체가 교과서를 교재로 쓴 인터넷강의 업체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그때 재판부는 “교과서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며 교과서의 공공재 성격을 한층 비중 있게 다뤘다.
교과서를 베낀 문제집이 저작권 분쟁 대상이 된 계기는 2010년 교과서 제도 개편 때 조성됐다. 정부가 직접 교과서를 만들던 국정교과서 제도에서 일정 평가만 통과하면 교과서를 낼 수 있게 한 검정교과서 제도로 바뀌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교과서 연계 문제집 등을 판매하려던 교과서 출판사들이 다른 출판사에 ‘파이’를 내주지 않기 위해 저작권 강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교육 당국과 정치인들이 ‘쉬운 수능’을 내세우며 각종 약속을 남발한 것도 분쟁을 키웠다. 2010년 교육부가 “EBS 교재 60여권에서 수능 70%를 출제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과서 밖에서 시험을 내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EBS 교재와 교과서 학습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외면받은 다른 문제집 업체들이 EBS와 교과서 따라 하기를 감행하면서 저작권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가 교과서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교재 개발 능력 부족보다 유통 채널 부족 때문”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고교 학습지 시장에 대형업체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BS가 사교육 난립을 막기 위해 저작권 단속을 한다는데, EBS도 공교육은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