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니머스’ 꿈꾸는 중학생·중년 교포 해킹 공모

‘어나니머스’ 꿈꾸는 중학생·중년 교포 해킹 공모

입력 2013-07-04 00:00
업데이트 2013-07-0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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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공격 대행’ 블로그 광고…좀비PC 600여대 확보

자신의 블로그에 해킹 프로그램을 올려 유포·판매한 중학생 해커와 이 해킹 프로그램을 학생에게 무료로 공급한 40대 캐나다 교포 해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블로그를 통해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한국계 캐나다인 허모(48)씨를 구속하고 중학생 배모(14)군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배군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해킹 프로그램과 좀비 PC를 판매한다는 광고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뒤 이를 보고 찾아온 누리꾼들에게 건당 1만∼15만원 씩 총 100여만원을 받고 허씨가 제공한 해킹 프로그램 19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는 중국 웹하드 사이트인 ‘화중제국’ 등에서 내려받은 2천500여개의 해킹 프로그램 중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프로그램 19개를 배군에게 무료로 제공해 실제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인지를 테스트하도록 했다.

배군은 이 프로그램들을 누리꾼에게 판매하는 한편 음란 동영상으로 위장한 악성코드를 유포해 PC 사용자 모르게 원격으로 해당 PC를 조정할 수 있는 ‘좀비PC’ 600여대도 확보했다.

배군은 자신의 블로그에 디도스 공격 대행 광고를 올린 뒤 이 ‘좀비PC’를 활용해 불법 성매매 사이트를 공격·협박하고 수십만원의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배군은 허씨를 3년여 전 온라인 채팅방에서 만나 처음 알게 됐으며 30년이 넘는 나이 차에도 서로 해킹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개발한 메신저나 인터넷 전화만 사용하고 인터넷에 접속할 때도 해킹한 기업의 서버를 거치도록 해 혹시 있을지 모를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 추적에 대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20여년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가 2005년 귀국한 허씨는 귀국 이후 주식 투자로 거액을 날리면서 해킹 범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인천 소재 중학교 3학년인 배군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다 해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장래 꿈이 ‘어나니머스’라고 말할 만큼 해킹 실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허씨의 수첩에서 수십여개의 불법 선물·옵션 거래사이트 주소가 발견된 점, 허씨가 금융사기에 주로 사용되는 ‘키로거’ 프로그램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춰 허씨가 불법 선물·옵션 사이트를 해킹해 돈을 뜯어내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배군의 경우처럼 최근 해킹에 관심을 두는 청소년들이 늘고있는 추세”라며 “이들의 여죄를 밝히고 온라인 상 악성프로그램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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