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상 왜 안 차리냐”며 아내 폭행…징역 3년6월 선고
술상을 차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내를 마구 폭행해 장 파열로 숨지게 한 뒤 ‘병사(病死)’로 처리하려 한 남편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춘천지법 제2형사부(정문성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L(48)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자칫 병사로 처리돼 영영 묻힐 뻔했던 남편 L씨의 범행은 지난 2월 28일 오후 9시 50분께 양구군 방산면 자신의 집에서 발생했다.
당시 L씨는 생일을 맞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이웃주민들과 파티를 겸해 술을 마신 뒤 2차로 친구들을 전화로 불러모아 아내(53)에게 술상을 다시 차리도록 했다.
이미 주방 정리가 끝난 후라 아내는 이를 거부한 채 안방에 누워 쉬고 있었다.
L씨는 아내가 술상을 차려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를 발로 밟고 걷어차는 등 마구 폭행했다.
장기 손상이 심해 병원으로 옮겨져 장시간 수술까지 받은 L씨의 아내는 결국 입원 6일 만에 숨졌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아내의 사인은 ‘병사’로 기록됐다.
L씨가 의사 문진(問診) 때마다 한결같이 “아내가 나무(땔감)를 하다가 실수로 통나무에 부딪혀 다쳤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L씨가 평소 가정폭력을 휘둘렀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아내의 시신을 화장하기 전날 장례 절차를 중단시키고, 시신 부검을 통해 범행을 밝혀냈다.
재판부는 “L씨의 폭행으로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입원한 점 등 여러 증거로 볼 때 장 파열로 인한 상해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인 아내가 땔감을 위해 산에 갔다가 나무에 부딪혀 다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폭행 치료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나무에 부딪혔다’고 허위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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