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감찰’ 압박에 검찰 지휘 힘들다 판단한듯

‘초유의 감찰’ 압박에 검찰 지휘 힘들다 판단한듯

입력 2013-09-13 00:00
업데이트 2013-09-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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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감찰 발표 직후 채동욱 총장 “물러가겠다” 결단 “의혹 사실무근” “양심적 직무수행” 강조

역대 39번째 검찰 총수인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13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4월 4일 취임한 지 163일 만이다. 1988년 임기제(2년)가 도입된 이후 중도에 물러난 12번째 총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채 총장의 사의 표명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갑작스런 감찰 지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법무부는 이날 1시 17분께 서울중앙지검 기자단에 채 총장의 감찰 착수 사실을 처음 알렸고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오후 2시께 긴급 브리핑을 열어 이런 사실을 발표했다.

채 총장은 법조 기자단이 ‘감찰 착수’ 문자 메시지를 받기 조금 전에 관련 사실을 개인적으로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여타 간부진은 감찰 착수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 직후 채 총장은 대검 간부진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사퇴를 결심했다.

채 총장은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황 장관이 감찰 착수 결정을 내리자 이를 사퇴를 종용하는 것으로 판단, ‘미련없이’ 사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사정기관의 중추인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감찰이 검찰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감찰 조사로 총장께서 더 이상 정상적으로 검찰 조직을 지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의 표명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그러나 일련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자신의 사퇴를 이끈 ‘배후’에 대해서도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채 총장은 “저의 신상에 관한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근거없는 의혹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채 총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일관되게 강조해 온 ‘법과 원칙’ 기조에 부끄러움 없는 행동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왔다고 감히 자부한다”면서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대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으며 그외 다른 어떠한 고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본인의 사퇴가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은 일련의 배후 세력에 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국가정보원 대선·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이 보도되면서 국정원 또는 청와대,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배후에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채 총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이에 편승한 각종 악의적 루머가 퍼진 배경에는 이같은 ‘저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채 총장 역시 일련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보도 직후 채 총장의 첫 반응은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 중에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일개 언론사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채 총장을 밀어내려는 일련의 시도가 시작된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채 총장은 이후 조선일보에 강경 대응하는 것과 별도로 의혹을 제기한 의도와 배후에 대한 파악에 나섰고 실제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채 총장은 의혹이 사실이 아닌만큼 얼마든지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결국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 지시’라는 노골적인 ‘사퇴 압력’을 가하자 검찰 조직에 돌아올지 모를 악재 등을 감안해 총장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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