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수사팀-지휘부 갈등 재연되나

’국정원 댓글’ 수사팀-지휘부 갈등 재연되나

입력 2013-10-19 00:00
수정 2013-10-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수사팀, 보고없이 체포·압수·원세훈 공소사실 추가 강행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잇따라 영장 집행, 공소장 변경 신청 등 단독 행동을 감행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일고 있다.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은 조사 과정에서 사사건건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장은 왜? 상부보고 없이 전결 처리 =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팀장은 국정원의 전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트위터에서 정치 관여 댓글을 작성하고 이를 퍼나른 사실을 파악, 압수수색과 체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 팀장은 지난 16일 법원에서 국정원 직원 4명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7일 오전 이들 중 3명에 대해 영장을 집행했다. 같은 날 직원 4명의 자택 압수수색도 병행했다.

수사팀은 직원 3명을 조사한 뒤 밤늦게 돌려보냈다.

이어 조사 결과를 토대로 18일 오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국장 등 3명에 대해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서 5만5천689회에 걸쳐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게시해 선거법과 국정원법을 위반했으며 이는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내용을 공소사실에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 팀장은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고 팀장 전결로 업무를 처리했다.

◇’국정원 직원 체포시 통보’ 이견 대립 = ‘돌발 행동’에 앞서 윤 팀장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압수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보안상 필요하며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전 보고할 경우 국정원 등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에 통보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고 조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법원 가서도 진술에 대한 증거능력 등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우선 당부(當否.옳고 그름)를 판단해야 한다. 더구나 국정원을 상대로 하는 민감한 강제처분 아니냐”며 “지금 상황에서는 판단이 어려우니 보고도 나중에 천천히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정식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지검장은 “기본적으로 보고 절차는 거쳐야 한다. 그건 우리가 지켜야 할 하나의 룰”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검사도 “중앙지검장은 수사팀으로부터 체포영장 등 강제 절차에 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정식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공소장 추가도 갈등…”트위터도 지시” vs “충분히 조사해야” = 윤 팀장은 원 전 원장의 공소장 변경도 추진했지만 조 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는 “충분한 수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들을 조사한 뒤 이튿날에 곧바로 국정원 직원들이 쓴 것으로 의심되는 5만5천여건의 트위터 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원 전 원장의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검찰 지휘부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6월14일 원 전 원장을 기소했지만 당시에도 검찰은 직접 댓글 작업을 했던 수십 명의 직원들은 처벌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런 점에서 지휘부는 이번에도 원 전 원장이나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등을 대상으로 트위터 댓글 작성과 전파를 지시한 게 맞는지, 어떤 경위인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팀은 체포·압수수색 영장 청구 및 발부, 집행 과정과 공소장 변경 신청 등에서 지휘부에 보고하거나 결재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다.

윤 팀장은 그런 절차를 밟다 보면 장애에 가로막혀 원 전 원장에 대한 혐의 추가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감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윤 팀장은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판단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 원 전 원장의 공소장 변경을 밀어붙였고, 결국 조 지검장은 검찰청법과 검찰보고사무규칙 등에 대한 위반이 엄중하다고 보고 윤 팀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