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라면 블랙’ 유명 곰탕집 비법 안 훔쳤다

법원, ‘신라면 블랙’ 유명 곰탕집 비법 안 훔쳤다

입력 2013-10-21 00:00
수정 2013-10-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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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비슷하다고 제조법까지 같다고 단정 못해”

유명 곰탕집 사장 이모(58)씨가 ‘신라면 블랙이 곰탕 제조비법을 도용했다’며 농심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국물 맛이 유사하더라도 제조법까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강남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곰탕집을 운영해온 이씨는 농심이 곰탕 조리기법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며 2008년 접촉해 온 뒤 자신의 제조비법을 빼내 2010년 ‘뚝배기 설렁탕’과 2011년 ‘신라면 블랙’을 잇따라 출시했다며 지난해 소송을 냈다.

이씨는 사업제휴를 하고 싶다는 말에 곰탕 샘플을 보내주고 조리비법도 전수해줬지만 농심이 특별한 이유없이 계약을 미뤘고, 결국 합작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 설비 등에 따른 자금 부담 탓에 2009년 9월 도산했다고 주장했다.

농심 임직원들은 실제로 지난 2008년 이씨네 곰탕 공장을 견학하고 2009년에는 이씨네 곰탕 성분과 함량을 분석한 보고서도 냈다.

농심은 그러나 이씨가 자신의 제조법을 홍보해왔기 때문에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없고, 이를 이용해 신라면 블랙을 만들지도 않았다며 반박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사단법인 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등 16명의 감정인에게 신라면 블랙과 이씨네 곰탕 국물에 대한 ‘맛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16명 중 12명이 이씨네 곰탕에 라면 스프와 소고기 채소 고명을 가미하면 신라면 블랙과 맛이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맛이 같다고 동일 조리법으로 보기는 어렵고, 음식 원료와 함량을 분석해도 제조법을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는 감정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곰탕 국물 맛이 유사하다고 제조방법 역시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농심이 이씨네 곰탕 성분을 분석하기는 했지만 이씨네처럼 우리 전통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선한 장비를 쓰는 대신 수입장비를 이용했고, 이씨네 곰탕처럼 저온숙성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며 “이씨가 낸 증거만으로는 농심이 비법을 도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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