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대상 배포자료 제목에 ‘매뉴얼’ 남용
‘우리말 정체성 확립’에 앞장서겠다던 경기도교육청이 정작 자체 개발해 도내 교사와 학생에게 보급하는 자료에는 외래어를 남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21일 도교육청은 교사의 행정업무를 줄이는 방안을 자세히 안내한 지침서를 만들어 보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청이 지난 5개월간 만든 이 지침서 표지에는 ‘WHY, HOW로 풀어가는 교사행정업무경감 추진 매뉴얼’이라는 외국어와 외래어가 뒤섞인 제목이 허다하다.
이 안내서는 도내 2천300여개 초·중·고등학교와 지역교육청에 전달된다.
지난 15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학생자치활동 조직과 운영법을 소개한 ‘참소나무 학생자치활동 매뉴얼’ 역시 ‘안내서’나 ‘지침서’라는 우리말 대신 ‘매뉴얼’이 제목에 사용됐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매뉴얼’은 설명서나 안내서, 지침으로 순화해야 하는 외래어이다.
김상곤 교육감이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외국어가 홍수를 이뤄 우리말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우리말 정체성 확립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지 얼마 되지않아 ‘한글 바로잡기’가 제자리로 돌아간 꼴이다.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은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교육기관이라면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는 외국어나 외래어 대신 우리말로 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공문서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외국어식 또는 어문규정에 어긋난 표현을 순화하는 작업을 통해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국어교사와 담당 장학사로 전담반을 만들어 개발자료뿐만 아니라 공문서 등에서 당연하게 잘못 쓰이는 용어를 조사하고 있다”며 “정서상 어색하지 않은 정도에서 불필요한 외래어를 고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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