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원전 비리 후 반대 여론 급증” vs 한전 “조사 기관·내용 달라 의미 없어”
주민의 반발 속에 한국전력공사가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는 가운데 한전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국민 여론이 각각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반대 대책위는 최근 신고리 원전 3, 4호기의 부품 시험 불합격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공사에 반대하는 여론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고 27일 주장했다.
대책위는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이 지난 23일과 24일 정책 컨설팅 그룹 ‘더플랜’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천14명을 대상으로 밀양 송전탑건설 문제에 관해 여론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9%가 ‘정부가 송전탑 공사를 일단 중단한 후 지역 주민과 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48.2%였다.
이는 찬성이 반대보다 1.3%포인트 높게 나타났지만 오차범위 내의 근소한 차를 보였다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특히 공사 반대 여론은 한전이 지난 4일 발표한 것(22.5%) 보다 배 이상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지난 17일 여론 조사한 결과에서도 ‘공사를 재검토해야 한다’ 는 반대쪽의 응답이 38.8%로 나와 9월 말 조사 때의 공사 재개 반대 (22.4%)보다 16.4%포인트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신고리 원전 부품비리 후 이처럼 반대 여론이 급증하는 추세를 고려해 정부와 한전은 국민 여론을 존중, 경찰 공권력을 당장 철수하고 공사를 중단하라고 대책위는 촉구했다.
또 정부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해 밀양 송전탑 갈등의 쟁점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 한전의 한 관계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동일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일정한 기간에 같은 질문으로 조사해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조사 기관과 질문 내용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는 서로 연관짓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전은 이전의 자체 여론 조사 결과를 굳게 믿고 있다.
한전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일부터 이틀간 밀양을 포함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송전탑 공사에 찬성한다는 답이 59.6%였고, 반대는 22.5%였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밀양시 주민도 찬성 비율이 50.7%(반대 30.9%)로 우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환익 한전 사장은 대책위의 상경 투쟁에 대해 여론 흐름에 비춰볼 때 서울 시민을 포함한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난 18일 주장했다.
반대 대책위가 요구한 공사 중단 및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과 관련해 조 사장은 “국가의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공사 중단은 있을 수 없으며, 그동안 충분하게 많은 협의와 논의를 거쳤다고 생각한다”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양측은 앞으로도 치열한 여론전을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그 향배가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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