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인사담당 등 컴퓨터 하드디스크·서류 확보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공개석상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우근민 제주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지를 유도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검찰이 4일 서귀포시청 등을 압수수색했다.이는 검찰이 한 전 시장에 대한 선관위의 고발장을 접수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즉각적인 조치다.
제주지검 형사1부는 이날 수사관 10여명을 2개 팀으로 나눠 서귀포시 서홍동 시청사와 송산동 시장 관사, 제주시 이도동 한 전 시장 자택에 보내 오전 10시부터 동시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한 전 시장이 근무했던 시장 집무실과 총무과, 자치행정국장실 등에 4시간가량 머물며 비서실장과 총무과장, 인사담당 계장 등 6명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하거나 복사하고 총무과장 업무수첩, 인사관련 서류 등 상자 1개와 종이가방 1개 분량의 증거물을 확보했다. 한 전 시장의 자택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서류와 수첩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한 전 시장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우근민 제주지사가 자신과 내면적 거래를 했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힌 발언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시장의 발언 배경과 ‘내면거래’ 의혹을 받는 우 지사의 개입 여부 등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한 전 시장이 모임에서 우 지사에 대한 당선 지지 유도 발언을 하며 서귀포시에 근무하는 고교 동문의 승진과 사업자에 대한 계약혜택 등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한 전 시장의 고교 동문 공직자와 사업자 명단, 이들에 대한 특혜 여부, 우 지사의 개입 여부와 관련한 증거 등이 확보된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지역사회에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이어 이른 시일 내에 한 전 시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한 전 시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2013 재경 서귀고 정기총회 및 송년의 밤’ 행사에 참석한 동문 130여명을 대상으로 축사하면서 우근민 지사와 ‘시장직 내면적 거래’가 있었음을 밝히며 내년 선거에서 우 지사 당선을 위한 지지를 부탁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자 직위해제됐다.
이에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한 전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한 시장과의 ‘내면거래’ 의혹을 받는 우 지사에 대해서도 수사의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민주당 제주도당이 우 지사와 한 전 시장을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 사전선거운동,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우근민 지사는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 서귀포시청을 방문, 오전 9시에 열린 서귀포시 간부회의에 참석했다.
우 지사는 이 자리에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귀포시 공무원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달라. 양병식 시장 직무대리를 중점으로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