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다” 떠난 자의 환호성… “하루 더 노숙” 남은 자의 슬픔

“살았다” 떠난 자의 환호성… “하루 더 노숙” 남은 자의 슬픔

황경근 기자
입력 2016-01-25 23:12
수정 2016-01-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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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김포공항 스케치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은 25일 오후부터 ‘탈출’을 만끽하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김포공항에는 짧게는 5분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도착하면서 1층 도착장은 비행기에서 내린 여행객과 마중 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마중객들은 가족들을 부둥켜안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에 도착한 여객기 상당수가 지연됐지만 대다수 여행객은 밝은 표정으로 도착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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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탈출 제주공항이 지난 23일 오후 폐쇄된 이후 42시간 만인 25일 운항이 재개된 가운데 한 여객기가 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제주 연합뉴스


경기 성남에 사는 차승희(56·여)씨는 “원래 계획보다 하루 늦게 올라왔지만 일단 도착하니 후련한 기분이 든다”면서 “집에 갈 일이 걱정이었는데 집으로 가는 공항버스가 늦게까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이끌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여행 가이드 최형철(40)씨는 “이틀 동안 제주공항에서 고생한 여행객을 쉬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3대가 가족 여행을 다녀온 허역(53)씨는 “비행기에 탔던 승객 대부분이 제주를 무사히 벗어났다는 데서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온종일 공항에 있었지만 남들에 비해 고생을 덜한 데다 되레 추억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밤 귀가 대란이 우려됐지만 대다수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면서 순조롭게 집으로 돌아갔다. 김포공항은 관광안내소에 평소보다 1명 많은 3명을 배치했다. 자원봉사 안내원 전창근(60)씨는 “버스 노선을 물어보는 여행객이 가장 많다”면서 “제주공항 운행 중단으로 불편을 겪은 여행객들에게 주차비를 면제해 준다는 내용도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를 떠나 김해공항에 도착한 항공편은 모두 40편으로, 8000여명이 공항에 발을 디뎠다. 김해공항에 도착한 박순우(47)씨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제주 여행을 떠날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경험했다”면서 “이제야 살 것 같다. 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며 안도감을 전했다.

그러나 제주공항에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피로하다. 항공권 발권 등을 두고 승객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등 제주공항은 하루 내내 소동이 이어졌다. 일부 항공사가 23일 결항됐던 항공기의 예비 승객부터 순차적으로 탑승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25일 비행기를 예약한 승객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김모(22·서울)씨는 “26일 오후 1시 탑승권을 받았는데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해서 공항에서 하루 더 노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운항 안내판을 주시하다 탑승 시간이 되자 지친 표정으로 탑승 수속을 밟았다. 또 이날 밤 사이 제주공항에서는 190편의 항공기를 통해 체류객 2만여명이 제주를 떠났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지만 운항 스케줄이 유동적이고 공항도 매우 혼잡하다”며 “26일과 27일 탑승객은 항공사에 예약 상황과 운항 현황을 미리 확인하고 공항으로 이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26일과 27일 탑승권을 받은 승객들은 ‘공항 노숙이 너무 힘들다’며 서둘러 숙박업소를 알아보는 등 제주공항을 떠났다.

서울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16-01-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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