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염인데 소화제 처방 …아직도 이런 군대가

맹장염인데 소화제 처방 …아직도 이런 군대가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10-12 14:13
업데이트 2016-10-12 14: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육군의 한 부대에서 급성맹장염에 걸린 병사가 복통을 호소했지만 군의관이 소화제만 처방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 곳뿐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응급조치’에 완벽히 실패한 것이라 만일 조금 더 큰 병이었다면 자칫 생명도 위협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철희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철희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12일 군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전역한 A 씨는 육군 모 사단에서 복무 중이던 지난 7월 26일 복통을 느끼고 사단 의무대를 방문했으나 군의관은 소화제만 처방하고 A 씨를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 씨는 복통이 가시지 않자 다시 의무대를 찾았지만 다른 군의관도 진통제와 수액 등만 처방했다.

밤새 복통에 시달린 A 씨는 이튿날 낮에야 사단 의무대에서 급성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A 씨를 급히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부대는 후송차량을 빨리 준비하지 못했고 A 씨는 늦은 오후에야 민간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처음 복통이 시작된지 25시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급성맹장염에 걸렸는데도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한 탓에 A 씨는 복막염과 장폐색 등 합병증까지 일으켰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A 씨 부모는 지난달 초 이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진정서를 부대에 제출한 데 이어 같은 달 국방부에도 민원을 냈다.

부대 측은 이 사건을 조사 중이며 의무대 등의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자를 징계할 방침이다.

이 의원은 “응급환자에 대한 조치 미비와 군의관·간부의 업무 태만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군 당국은 장병들이 진료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 장병들이 아직도 후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상황에서 나라를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비난이 들끓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