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 등 선물 몰래 전한 ‘이름 없는 천사’는 삼육보건대 학생 4명
“작은 행복이라도 안겨드리고 싶어서 선물했는데 저희가 오히려 행복을 선물 받았어요.”7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휘경파출소 2치안센터에서 만난 ‘몰래 선물’의 주인공 삼육보건대 학생 신진영(21), 문지효(21), 안정현(20), 김지성(23·남), 김지선(20)씨 등은 “작은 선물이 저희에게 크게 돌아와서 감사하고 송구하다”며 외려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치안센터 앞에 선물이 든 쇼핑백을 몰래 두고 가 ‘이름 없는 천사’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서울 휘경동파출소 휘경2치안센터에 선물과 편지를 몰래 두고 간 대학생들은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선물했는데 우리가 오히려 행복을 선물 받았다”며 웃었다. 왼쪽부터 신진영·문지효·안정현씨.
학생들은 지난달 24일, 25일, 30일, 그리고 지난 5일 등 네 차례에 걸쳐 치안센터 앞에 쇼핑백을 몰래 두고 갔다. 쇼핑백 안에는 핫팩, 음료수, 과자, 편지 등이 들어 있었다. 학생들은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근무하세요”라고 편지에 썼고,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받은 ‘응원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휘경2치안센터장 이종기(57) 경위는 “지난달 24일에 출근했더니 치안센터 앞에 쇼핑백이 놓여 있어 유실물인줄 알았다”며 “감사의 뜻이 담긴 손편지를 받은 건 경찰 생활 34년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슴 한켠에서 묵직한 감동이 올라왔다”고 회상했다.
이 센터장은 고마운 마음에 폐쇄회로(CC)TV를 찾아봤고, 대학생들이 ‘몰래 선물’의 주인공인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천사같이 마음씨 고운 학생, 고된 경찰업무에 핫팩과 음료수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따뜻한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라는 문구를 치안센터 벽에 붙였다.
대학생들과 경찰관들의 이 훈훈한 미담은 그러나 작지만 치명적인 난관(?)에 맞닥뜨려야 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때문에 정작 선물을 받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경찰들은 치안센터 한켠에 선물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가 7일에도 몰래 선물을 두고 가려던 대학생들과 마주치게 됐다. ‘이름 없는 천사’들을 적발(?)한 이 경위는 환한 얼굴로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는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의 뜻을 받겠다고 전하고, 선물은 학생들에게 돌려줬다.
안씨는 “촛불집회도 많고 연말이라 바쁘실텐데 감기 걸리지 않고 근무하셨으면 좋겠다”며 “주변에서 묵묵하게 근무하시는 경찰관 덕분에 우리가 안전하게 생활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