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기억]이다

세월호는 [기억]이다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01-08 22:42
업데이트 2017-01-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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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월호 참사 1000일… 당신에게 ‘그날’은 무엇입니까

새해 첫 주말 추모 열기 가득
시민 76명 ‘스케치북 응답’
“기억” “우리” 가장 많이 언급
생존자 “구조 아닌 스스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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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세월호에 대한 의미를 묻는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의 생각을 적은 스케치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스케치북에는 ‘세월호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부모들의 눈물입니다’, ‘이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침몰한 우리의 양심’, ‘세월호는 기억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다’, ‘역사다’, ‘세월호는 떠올라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지난 7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세월호에 대한 의미를 묻는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의 생각을 적은 스케치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스케치북에는 ‘세월호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부모들의 눈물입니다’, ‘이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침몰한 우리의 양심’, ‘세월호는 기억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다’, ‘역사다’, ‘세월호는 떠올라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1000번의 4월 16일이 지났습니다. 아들을 떠나 보내고 시간과 달력은 넘어가지 않았습니다.”(단원고 고 장준형군 아버지 장훈씨)

“우리는 구조된 게 아닙니다. 스스로 탈출했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입니다.”(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 10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새해 첫 촛불집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은 당시의 충격과 슬픔, 고통을 마치 어제의 일인 듯 생생하게 증언했다. 시민들은 이들의 얘기에 고개를 떨궜다. 서울신문은 이곳에 모인 시민 76명에게 ‘세월호 참사는 당신에게, 우리 사회에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스케치북에 답을 적어 달라고 했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기억’(48회) 그리고 ‘우리’(14회)였다. 우리 모두의 일이며,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시민들의 추모 열기를 담아 봤다.

직장인 김정애(49·여)씨는 ‘세월호는 기억’이라며 “잊지 않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원 김동관(50)씨는 스케치북에 ‘우리 모두의 눈물이다’라고 적은 뒤 “너무 슬프니까”라고 짧게 답했다.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밝힌 이광웅(67)씨는 ‘손주 보기 부끄러운 세상, 잊지 말자 세월호’라고 적은 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답답해했다. 중학생 한혜림(16)양은 ‘그림자’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고, 떨쳐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계속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불쌍한 아이들 절대 못 잊는다”, “언제 떠올려도 아픈 머릿속 가시”, “자식 잃은 아픈 자리” 같은 글도 있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정교(50·여)씨는 ‘세월호는 국민의 눈물’이라며 “국가가 더이상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슬픈 현실을 알게 해주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박찬종(31)씨는 “만약 대통령이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다 해도, 국가 시스템에 의해 구조됐어야 할 아이들”이라며 “국가 시스템의 부재가 만든 뼈아픈 참사”라고 말했다. 두 딸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이철환(44)씨는 “이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라고 적으며 정부에 조속한 선체 인양을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함께 지겠다고 말한 시민도 있었다. 자영업자 김주영(55)씨는 세월호를 ‘어른들의 민낯’이라고 정의하고 “50대가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고 했다.

주부 곽인정(31)씨는 ‘어른들의 눈물’이라며 “아이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능한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설명했다. 스케치북에 ‘우리의 침몰한 양심’이라고 적던 김건희(43)씨는 “너무나 아픈 기억”이라며 울먹였다. ‘양심의 소리’, ‘그날, 대한민국도 침몰했다’, ‘얼룩진 우리의 거울’ 등의 대답도 있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7-01-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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