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 금지해놓고 근거서류 분실?…시민들 손배소

경찰, 집회 금지해놓고 근거서류 분실?…시민들 손배소

입력 2017-01-18 13:41
업데이트 2017-01-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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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 만인대회’ 열었다가 연행된 시민들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가 경찰의 미심쩍은금지통고로 연행됐던 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인권단체모임 ‘공권력감시대응팀’ 등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경찰이 작성 과정이 의심스러운 주민 탄원서로 금지통고를 내렸다고 법원도 인정했다”면서 “경찰 스스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자가 되지 말라고 촉구하는 의미에서 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공권력감시대응팀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약 두 달 후인 2014년 6월 초 김진모씨 등 시민들은 청와대에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같은 달 10일 청와대 인근 61곳에서 ‘만인대회’를 열겠다고 집회 신고를 했다.

이때 경찰은 “인근 거주민들로부터 집회를 금지해달라는 탄원서가 제출됐다”면서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에서 사생활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집시법상 ‘생활평온 침해’를 근거로 61곳 모두를 금지하겠다고 통고했다.

김씨 등 시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집회를 강행했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당시 총 69명이 연행됐다.

김씨는 6월 10일 집회 3일 전에 집회 신고를 했는데 사흘 동안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경찰의 설명을 믿을 수 없었고, 같은 해 9월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금지통고 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 김씨 측은 경찰에 제출됐다는 탄원서를 확인했는데, 해당 문서에는 작성 일자와 집회 장소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이에 관해 김씨와 법률단체·시민단체 측이 이유를 묻자 경찰은 재판에서 “탄원서를 분실하는 바람에 소송 중에 다시 제출받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증인으로 출석한 주민들도 자신들이 금지해달라고 탄원한 집회가 청와대 만인대회였다고 진술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015년 10월 서울행정법원 제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과연 인근 주민 80명이 이 사건 집회 금지를 요청하는 취지로 연명부를 이 사건 처분(금지통고) 전에 피고(종로경찰서장)에 제출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씨를 비롯해 당시 부당하게 집회를 금지당했던 시민 9명은 지난해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된 이 사건을 발판 삼아, 국가를 상대로 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한다.

이들 소송을 돕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서선영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법치’를 강조하는 경찰이 집시법을 스스로 어겨가면서 집회를 금지했다는 사실이 행정소송 승소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경찰은 집회가 시민의 기본권이고, 자신들 스스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한 주체가 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손해배상이 아니라 경찰이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길 바라는 차원에서 소송을 낸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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