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측과 특허분쟁 벌인 중소업체 주장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가까운 사람들이 사익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를 확인해주는 정황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이번에는 이미 기소된 광고감독 차은택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세워 거액의 기업 후원을 받은 장시호씨, 갖은 학사 비리 의혹이 제기된 최씨 딸 정유라씨 외에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병원인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 측이 의혹에 휩싸였다.
22일 사정당국과 의료업계 등에 따르면 김 원장의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하 와이제이콥스) 대표는 2014년 박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의 통화에서 소송으로 겪고 있던 어려움을 털어놨다.
당시 와이제이콥스는 국내 업체 A사를 상대로 자사 제품인 의료용 실의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두 사람의 전화 통화는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녹음됐고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입수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겼다.
특검팀은 박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특허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A사는 와이제이콥스와의 다툼 탓에 국가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A사 대표는 세관, 경찰, 검찰 등 여러 국가기관으로부터 한꺼번에 특허법 위반, 관세법 위반 등 여러 혐의에 관한 조사를 받은 것을 포함해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김 원장 측이 신고·고발해 이뤄진 조치라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하나를 여러 국가기관이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샅샅이 털다시피 했다는 인식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와이제이콥스를 건드린 데 따른 보복 조치라는 게 A사 측의 주장이다. 그 배후에 최순실씨나 정 전 비서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김영재의원이 어려움에 부닥치자 국가기관이 움직여 의혹을 일으킨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컨설팅 업체인 대원어드바이저리의 이현주 대표는 2014년 청와대 측의 요청으로 김영재의원의 중동 진출 방안을 검토한 다음 부정적 의견을 냈다가 이후 보복성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 14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청와대의 비호를 받는 김영재 원장이 아무도 못 건드리는 ‘골목대장’ 행세를 한 셈이 된다.
최씨의 국정 농단은 의료계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김 원장과 같이 권력의 비호를 받는 사람들을 낳았다. 문화계와 체육계에서 각각 ‘황태자’,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대표적인 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교육계에서 또래 친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온갖 특혜를 누렸다. 이화여대 교수는 수업에 출석도 제대로 안 한 정씨를 위해 과제를 대신 해주고 학점을 줬다.
특검은 17일 김영재 의원을 소환 조사한 것을 시작으로 ‘의료 농단’의 핵심 인물들을 줄소환해 비리의 실체를 규명할 방침이다. 줄줄이 처벌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