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빠진 한국, 카페인 양은 ‘깜깜’

커피에 빠진 한국, 카페인 양은 ‘깜깜’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04-13 23:14
수정 2017-04-14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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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카페서 공부하며 한 잔” 임신부 “의사도 괜찮대서 한 잔”

하루 권고 400㎎ 쉽게 넘지만 전문점·인스턴트 표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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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다. 공부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던 30여명 정도의 학생들은 저마다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미 마신 컵을 옆에 두고 큰 사이즈의 커피를 또 마시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이들은 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커피는 몸에 그리 나쁘지 않은 각성제라고 말했다. 고3인 김모(19)양은 “오후 6시부터 학원 주변 커피숍에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문을 닫는 오후 11시까지 문제집을 푼다. 늦게 오면 자리가 없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커피 열풍에 전문가들은 카페인 과다 섭취를 주의하라고 경보를 울렸다. 청소년의 경우 한 잔의 커피만으로도 카페인 일일섭취 권고량을 넘을 수 있다. 권고량 이상의 카페인 섭취는 두근거림, 두통, 불면증, 잦은 배뇨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용기에 카페인 함량을 표기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섭취기준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다.

임신부 이모(33)씨는 “매일 한 잔씩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의사도 ‘한 잔 정도는 괜찮으니, 커피를 못 마셔서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마음 편히 마시는 게 낫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초콜릿이나 커피우유까지 생각하면 가끔 카페인 과다 섭취는 아닌지 걱정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 권고량은 성인 400㎎, 임신부 300㎎, 청소년(체중 60㎏ 기준) 150㎎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아메리카노 한 잔(355㎖·톨 사이즈)에 15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물을 천천히 내려 추출하는 ‘오늘의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260㎎이다. 청소년은 이 드립 커피 한 잔만 마셔도 하루 카페인 섭취 권고량(150㎎)을 훌쩍 넘기는 셈이다.

잠을 깨겠다며 마시는 에너지드링크나 커피우유에도 카페인이 많다. 일례로 스누피 커피우유(500㎖)에는 237㎎이, 에너지드링크 레드불(250㎖)에는 62.5㎎이 함유돼 있다. 커피전문점보다 카페인이 적다는 생각에 인스턴트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한 봉(5.4g)당 73.4㎎이나 들어 있다. 최근에는 커피 대용으로 차를 마시는 경향도 있는데 355㎖를 기준으로 얼그레이는 60㎎, 차이티는 45㎎의 카페인이 있다. 녹차는 15㎎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문제는 많은 경우 용기에서 쉽게 카페인 함량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커피전문점들은 컵에 카페인 함유량을 표시하지 않고 홈페이지에만 따로 표기한다. 아예 홈페이지에서도 카페인 함유량을 찾을 수 없는 유명 커피전문점도 있다.

이는 식약처가 2013년부터 액체 1㎖당 카페인이 0.15㎎을 넘는 액체식품에 총 카페인 함유량과 섭취 주의문구 표시를 의무화하면서 예외를 두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가공식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스턴트 및 믹스커피는 액체 식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신경과민, 수면장애 등 카페인 부작용은 특히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크다”며 “식약처가 카페인 섭치권고량을 정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과다 섭취를 방지할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4-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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