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최순실 궁지 몰아넣은 정유라…‘장시호의 길’ 가나

어머니 최순실 궁지 몰아넣은 정유라…‘장시호의 길’ 가나

입력 2017-07-14 10:00
수정 2017-07-14 10:0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변호인 “살모사 같다”…“왕조 시대에나 있을법한 ‘보쌈 증인’” 비판 특검 “출석 뜻 굳히고 도움 요청한 것”…깜짝 출석 두고 해석 ‘분분’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가 변호인단의 만류를 뿌리치고 본인이 낸 불출석 사유서까지 뒤집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모친을 궁지에 몰아넣는 증언을 쏟아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연합뉴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연합뉴스
정씨가 사촌언니 장시호(39)씨처럼 향후 기소 및 재판 과정에서 선처를 받고자 최씨를 등지고 특검이나 검찰 조사에 협력하기로 마음먹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정씨에 대해 두 번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후 계속 수사 중이다.

1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정씨 변호인 측의 말을 종합하면 정씨는 이 부회장 재판이 있었던 12일 오전 2시 6분께 거처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서 나와 특검 측이 제공한 승용차를 타고 시내 모처로 이동했다. 이 과정은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변호인 측은 “특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압박을 할 거라고 예측은 했지만, 우리가 밤새 야간 경계를 설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야반도주하듯 이동해 연락조차 안 되는 건 옛날 왕조 시대, 원시 시대에나 있을법한 보쌈 증언”이라며 “법에 증인 소환은 재판장이 하게 돼 있고, 그 방법은 소환장 발부이며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씨의 행동, 진술이 어떠했느냐보다는 그 절차가 문제라고 본다. 특검·검찰이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법원을 모욕한 것이고 이런 증언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선언해야 다시는 이런 위법적 강압 수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특검 측은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마음을 굳힌 정씨의 요청에 따라 출석에 도움을 줬을 뿐 회유 시도는 사실과 다르며 변호인 측의 회유 주장에 유감을 표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이 부회장 재판에 ‘깜짝 출석’한 정씨는 최근 검찰에 출석해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증언했다. 정씨가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터라 재판부도 정씨의 출석을 뜻밖으로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정씨가 이날 증언을 마치자 최씨 측 변호인인 오태희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정씨의 행동은 살모사(殺母蛇)와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씨의 돌출 행동이 ‘어머니를 잡아먹는 뱀’이라는 살모사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오 변호사는 이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변호인 조언을 무시하고 돌출 행동한 그 자체만 두고 봤을 때 ‘살모사’의 말뜻과 같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정씨의 이런 행동이 있기까지는 특검 측의 회유가 있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최씨도 딸의 돌출 행동에 격분했다고 한다. 최씨와 함께 정씨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은 변론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법원에 낸 사유서까지 뒤집고 검찰 도움을 받아 출석한 정씨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보고 경위 파악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변호사는 “모녀의 변론을 같이 맡고 있는데 딸이 어머니의 발언과 배치되는 진술을 하면 변호인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이 된다”며 “정씨 변론을 그만두는 방안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씨의 돌발적인 증인 출석과 증언이 어머니 최씨 측에 그만큼 곤혹스러울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씨의 재판 증언은 자신의 직접 경험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들은 내용을 말한 ‘전문(傳聞)진술’에 불과해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거나 삼성 이 부회장 측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전문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원래 진술을 했던 자가 사망이나 질병, 기타 사유로 진술할 수 없게 된 경우, 당초의 진술이 특히 믿을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이뤄졌을 경우에 한해 그 내용을 전해 들은 자의 진술이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씨가 변호인 만류를 뿌리치고 특검 및 검찰에 협조적으로 나선 것은 사촌 언니 장시호씨처럼 향후 기소와 재판 구형 등에서 선처를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장씨는 ‘제2의 태블릿PC’를 제공하는 등 특검 조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특검과 검찰은 재판 중 장씨의 구속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정씨 변호인 측은 정씨의 돌발 행동 배경에 특검 측의 회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본다는 입장이다.

최씨와 정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이 오전 10시인데 새벽 2시에 차를 대기시켜 증인을 데려가는 것은 감금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상태에서 발언한 정씨의 증언은 증거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특검 사퇴 사유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