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사법개혁 적임’ 평가…‘여성’ 전수안·‘법원지지’ 이인복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개혁을 완성해 나갈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이 전직 대법관 중심으로 좁혀지고 있다.법조계 안팎에서 박시환 전 대법관 ‘대세론’이 퍼지는 가운데 전수안·이인복 전 대법관이 ‘대항마’로 거론되는 모양새다. 아울러 박병대 전 대법관과 현직인 김용덕 대법관도 ‘다크호스’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30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9월 25일 교체되는 대법원장 후보로 박시환(64·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인하대 로스쿨 교수)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은 물론 변호사업계에서도 두루 지지를 받는다. 그는 이달 21일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사법평가위원회 위원 30명이 투표로 선발한 대법관 후보 추천자 명단 맨 앞에 이름을 올렸다.
판사 시절과 대법관 시절 소신 있는 판결을 내놓아 후배 법관들의 신뢰를 받는다. 문 대통령이 원하는 사법개혁 의지는 물론 강한 실행력과 조직 장악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박은 문의 온리 원(only one)’이라는 소리도 나돈다. 청와대가 박 전 대법관을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실제 현 정부가 어느 정도로 그를 고려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은 상태다.
박 전 대법관의 의지도 변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는 주변에 “(대법원장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다소 유보적 태도를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박 전 대법관을 유력하게 고려한다면 설득하는 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법원 내에서는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3번 찾아갔다는 ‘삼고초려’에 빗대 청와대가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는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 하자 박 전 대법관 등 소장 판사 430여명이 서명운동을 벌인 이른바 ‘제2차 사법파동’이 연구회 설립의 계기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이던 2003년 8월 관행대로 서열·기수에 따라 대법관 후보 제청이 이뤄지자 ‘참담하다’며 사표를 던졌다. 이후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해 2년 만에 법원으로 돌아왔다.
‘대세론’에 맞설 인물로는 전수안(65·8기)·이인복(61·11기) 전 대법관이 거론된다.
전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리며 진보적 대법관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재판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세심히 배려하면서도 엄정한 법 적용을 거쳐 형을 선고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보안법 이적표현물, 통신비밀보호법 감청 관련 조항 등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개혁 성향으로 분류된다. 서울고법 형사부 재판장일 때 분식회계 첫 실형 사례를 남겼고,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판결을 내려 재수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퇴임 후에는 공익 활동에 매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 전 대법관이 지명될 경우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렇게 되면 이달 19일 임명된 김소영(52·19기)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함께 사법행정을 지휘·총괄하는 자리가 모두 여성법관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이 전 대법관은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을 앞두고 일련의 내부 문제로 어수선한 법원 조직을 추스를 적임자로 법원 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소탈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으로 후배 법관과 법원 직원들의 신망이 클 뿐만 아니라, 실력 면에서도 대법원장 자질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법관 재직 시절에도 개혁 성향의 판결과 소수자·약자·소외계층을 배려하는 판결을 많이 내렸다.
다만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판사들이 반발한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법관은 사태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아 “일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확인됐지만,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사실무근”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밖에 박병대(60·12기) 전 대법관과 김용덕(60·12기) 대법관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퇴임 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 중인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송무국장·사법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 등 사법행정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재판 업무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는 김 대법관은 사법연수원을 수석 수료했으며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했고 민사법 분야에 정통하며 행정, 파산 등 공법 분야에서도 높은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변협은 대법원장 후보를 공개 추천하면서 이들에 대해 “풍부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행정능력을 갖춘 청렴·결백한 인물”이라며 대법원장 적임자로 평가했다.
대법원장 지명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기까지 통상 한 달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은 늦어도 다음 달 중순에는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8월 첫 주에는 대략적인 후보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과 이용훈 전 대법원장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같은 날짜인 8월 18일 지명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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