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도로로 편입하며 보상금 약속…주인 뒤늦게 보상금 요청
지방자치단체가 근저당권(채권을 일정한도까지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에 설정한 저당권)이 설정된 땅을 도로로 편입하면서 땅주인에게 “근저당권만 없애면 보상금을 주겠다”고 말했다면, 이후 땅주인이 13년 동안 보상금 지급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청구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 민사6단독 임경옥 판사는 최근 김모씨가 전주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시는 김씨에게 1천92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주시는 2003년 김씨의 땅을 도로로 편입하면서 땅에 설정된 근저당권을 없애면 보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김씨는 작년에서야 근저당권을 없앤 후 시에 보상금과 그동안의 임대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며 ‘소멸시효’를 이유로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시는 “지자체에 대한 권리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므로 소 제기일부터 5년이 경과된 채권은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 판사는 “김씨는 시의 말만 믿고 시효중단을 위한 조치가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채무자인 시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를 도와 사건을 수행한 구조공단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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