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법 판결 취지에 따라 사측 ‘보복성 인사’ 책임 인정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운 동료 직원에게 불리한 인사 조처를 한 르노삼성자동차가 당사자들에게 수천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서울고법 민사12부(임성근 부장판사)는 20일 르노삼성자동차 직원 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사측이 총 4천만원을 박씨에게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인사는 불법 행위라고 회사 책임을 강조하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데 따른 판결이다.
이에 따라 원심이 사측의 배상액을 1천만원만 인정한 것과 달리 이번 판결에서는 배상액이 3천만원 더 늘어난 4천만원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사측은 근로자인 원고가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신속하고 적절한 구제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원고에게 근거 없는 혐의를 씌워 징계처분 등 불리한 조치를 했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성희롱 피해자 등에게 부당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남녀고용평등법 14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의 행위로 인해 원고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산정한다”고 말했다.
직장 상사로부터 1년여간 성희롱을 당한 박씨는 2013년 6월 해당 직장 상사와 더불어 회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의무가 있는 회사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였다.
회사는 박씨가 재판에 필요한 증언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동료 직원을 협박했다는 이유 등으로 견책 처분을 내렸다가 이후 아예 직무를 정지하고 대기 발령했다.
박씨는 회사의 이런 조치가 불법 행위라며 재판 중인 법원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1심은 성희롱 가해자인 직장 상사에 대해서만 1천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고, 회사의 사용자 책임과 불법 행위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심에서는 직장 상사가 항소를 포기해 회사에 대한 재판만 진행됐다. 2심은 성희롱 가해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회사의 책임만 인정해 1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측의 부당 인사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박씨에 대해 내린 회사의 인사 조처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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