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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세요?”…정유정, 살인 위해 ‘54명’ 접촉했다

“혼자 사세요?”…정유정, 살인 위해 ‘54명’ 접촉했다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3-06-21 14:55
업데이트 2023-06-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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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 살인 아닌 계획 살인”
살해하기 용이한 피해자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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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이 캐리어를 끌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장면. 부산경찰청 제공.
정유정이 캐리어를 끌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장면. 부산경찰청 제공.
“혼자 사세요?” “선생님 집에서 과외 가능한가요?”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정유정(23)이 구속 상태로 범행 26일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은 살인, 사체손괴, 사체 유기 및 절도 혐의로 정유정을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정유정이 범행을 결심한 지난달 20일부터 체포된 27일까지 정유정의 동선과 피해자 물색 방법, 범행 실행 과정 등을 복원한 결과, 정유정이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살인인 점을 확인했다. 부검 및 DNA 감정 결과 정유정은 일면식도 없는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외에도 정유정이 과외 앱으로 접촉한 과외 강사는 총 5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은 살해하기 용이한 조건을 기준으로 피해자를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신분 탈취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유정이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은 자신의 분노를 소위 ‘묻지마 살인’의 방식으로 해소하기 위해, 범행이 용이한 혼자 사는 여성 불특정 다수 중 대상을 물색해 범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정유정의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는 자백 외에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정유정은 부산구치소 여성수용소에 있는 독거실에서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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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 살해’ 피의자 정유정(23)이 지난 2일 마스크와 벙거지로 얼굴을 가린 채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가운데). 1일 부산경찰청은 앳된 얼굴의 증명사진을 공개했다(왼쪽). 5월 26일 정유정이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오른쪽). 연합뉴스·부산경찰청 제공
‘또래 여성 살해’ 피의자 정유정(23)이 지난 2일 마스크와 벙거지로 얼굴을 가린 채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가운데). 1일 부산경찰청은 앳된 얼굴의 증명사진을 공개했다(왼쪽). 5월 26일 정유정이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오른쪽). 연합뉴스·부산경찰청 제공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1999년생인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약 5년간 외부와 교류하지 않고 할아버지와 지냈다. 휴대전화에는 다른 사람의 연락처도,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도 없었다.

커튼 뒤에 숨어 지내는 등 조용하고 사회성 없었지만 학교에 출석해 특별한 말썽은 피우지 않았다는 게 정유정 친구들의 증언이었다.

정유정은 석달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 과외 앱에서 학부모 행세를 했고, 단발로 자르고 학생인 척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피해자 집을 찾아갔다. 범행 후에는 피해자 옷으로 갈아입었다.

시신 일부를 캐리어에 보관한 채 택시를 탄 정유정은 경남 양산의 낙동강변 풀숲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정유정은 긴급체포 이후 닷새간 거짓 행동과 진술로 일관하다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디지털포렌식 결과 정유정은 범행 석달 전인 올해 2월부터 온라인에서 ‘살인’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유정은 취업 준비 중이었고, 평소 방송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많이 보며 살인에 관심을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에 ‘살인’,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등의 검색을 한 데 이어 지역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을 빌려본 사실도 드러났다. 범죄심리분석가는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정유정의 모습에서 “배회한다거나 망설이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철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인, 시신 없는 살인 등을 검색한 시점부터 범행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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