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태극기, 한 손엔 부채… 피서 대신 독립투사 숨결 되새겼다

한 손엔 태극기, 한 손엔 부채… 피서 대신 독립투사 숨결 되새겼다

김예슬 기자
김예슬 기자
입력 2023-08-15 23:56
업데이트 2023-08-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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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연휴 역사·전시관 ‘북적’

아이 손잡고, 폭염에도 한복 입고
서대문독립공원·형무소 등 북새통
곳곳서 “대한독립만세” 터져나와
“시대 바뀌어도 기리는 마음 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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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꺾이지 않은 마음
폭염에도 꺾이지 않은 마음 제78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시민들이 관람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날 역사관에 인파가 몰리면서 일부 시민은 30분 이상 대기한 뒤 입장했다.
도준석 기자
“가슴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과거를 제대로 알고 배워야 하잖아요.”

78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독립공원에서 만난 박명호(43)씨는 “아이들이 아직 역사를 잘 모른다”며 “오늘 같은 날은 물놀이장이나 관광지보다 독립운동가들의 숨결이 깃든 이런 역사적인 장소에 와 보는 게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에 사는 박씨는 아내와 자녀인 시은(6)양, 시온(4)군과 함께 이날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시은양은 인터뷰하던 박씨 옆에서 줄곧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폭염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무더웠지만 이날 서대문독립공원 일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대문구는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국민이 함께하는 광복의 기쁨’을 주제로 2023년 서대문 독립축제를 진행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을 포함해 독립문 앞까지 서대문독립공원에는 한 손엔 부채, 다른 한 손엔 태극기를 든 가족 단위 시민들이 유독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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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주년 광복절인 15일 종로구 북인사마당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앞에서 한 어린이가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78주년 광복절인 15일 종로구 북인사마당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앞에서 한 어린이가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의 그날, 서대문형무소’를 주제로 하는 특별 기획 전시가 열린 서대문형무소 옥사의 경우 몰려든 인파로 30분 이상을 기다려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유관순 열사가 갇혔던 여옥사 8호 감방을 둘러보던 대학생 최지현(22)씨는 “지금의 저보다 서너 살 어린 나이에 3·1 만세 운동을 하고 독립을 위해 일본에 맞서 싸운 것”이라며 “시대가 바뀌며 방법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광복절을 기리는 마음만큼은 변치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대문형무소 앞 광장에서는 물총을 든 아이들이 일본군 복장을 한 행사 관계자들에게서 태극기를 빼앗는 ‘독립군 전투 체험’ 행사가 한창이었다. 물총을 쏘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은 아이들은 “한국이 이겼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행사에 참가한 뒤 물에 젖은 채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던 김이준(10)군은 “놀이공원 대신 여기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 한미연(35)씨도 “샌드위치 휴일을 맞아 관광지로 갈까 고민하다 아이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아이는 물론 저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을 찾는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할아버지 서춘호(78)씨와 함께 기념관을 찾은 서가람(11)양은 무더위에도 전통 한복을 입고 있었다. 서양은 “덥긴 하지만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가 독립한 좋은 날이니까 기념하는 차원에서 한복을 입었다”고 했다.

서씨는 “손녀가 역사에 관심이 많아 벌써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임시정부 가족의 삶을 보여 주는 전시를 관람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2023-08-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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