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기획·날씨·동물 탓… 그늘막 못 된 덩굴터널

졸속 기획·날씨·동물 탓… 그늘막 못 된 덩굴터널

임송학 기자
임송학 기자
입력 2023-08-15 18:32
업데이트 2023-08-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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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시설 계획 7.4㎞로 늘려도
식물 5년 키워야 하는데 2년만
비 많고 폭염 심해 생육도 부진
고라니 습격, 일부는 말라 죽어
8억 들인 폭염 대책 성과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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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당시 유일한 폭염 대책이었지만 부실하게 설치된 탓에 햇볕 차단 효과가 작아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 덩굴터널 모습. 부안 설정욱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당시 유일한 폭염 대책이었지만 부실하게 설치된 탓에 햇볕 차단 효과가 작아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 덩굴터널 모습.
부안 설정욱 기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의 덩굴터널이 부실하게 설치되면서 대원들의 온열 질환을 막지 못했고, 이것이 행사 파행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덩굴터널은 전북도가 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이 불볕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인공적으로 설치한 그늘로 사실상 유일한 폭염 대책 시설이었다.

15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는 새만금 잼버리 영지 등에 7.4㎞의 덩굴터널을 설치했다. 당초 계획했던 3.7㎞에서 폭염을 우려해 규모를 배로 늘렸다.

도는 폭 6m가량의 시설물 주변에 칡, 등나무, 머루 등을 심어 인공적으로 그늘을 만들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칡 1만 5000여개, 등나무 및 머루 8000여개 등 총 2만 3000여개의 대형 화분을 설치했다. 사업비 7억 95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5년 정도 키워야 무성한 그늘을 형성하는 식물들을 겨우 2년 정도 키운 뒤 터널 옆에 배치한 탓에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여기에 터널이 올봄에야 설치돼 덩굴식물이 터널 위로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폭염이 심해 생육도 부진했다. 대부분의 덩굴식물은 벽 부분만 일부 가리고 천장까지 자라지 못했다.

밤에는 고라니들의 습격도 받았다. 새순이 늦게 돋아나는 칡과 달리 등나무와 머루 등은 고라니의 공격 대상이 돼 생육이 형편없었다. 일부는 말라 죽기도 했다.

도는 덩굴식물로 햇볕을 가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부랴부랴 연두색 차광막을 설치했지만 애초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도 관계자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온갖 정성을 다했으나 터널을 만드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 대원들이 폭염을 피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덩굴터널 화분 가운데 초화류를 심은 7000개는 폐기하고 목본류 등은 완주 이서 묘포장으로 옮겨 관리할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2023-08-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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