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아동’ ‘청년 부채’ 등 기획 돋보여… ‘잼버리’ 사전 지적했더라면

‘투명 아동’ ‘청년 부채’ 등 기획 돋보여… ‘잼버리’ 사전 지적했더라면

김주환 기자
김주환 기자
입력 2023-08-31 00:26
업데이트 2023-08-3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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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차 지면 평가회의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65차 회의를 열고 8월 한 달간 나온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대학원 석사과정) 위원이 참석했다. 정일권(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대체했다. 위원들은 ‘투명 아동’의 삶과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보호출산제’를 다룬 기획물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이었다며 호평했다. 또 ‘2023년 청년 부채 리포트’, ‘이웃이 버팀목이다’ 등의 심층 기사도 탄탄한 취재가 돋보였다며 높이 평가했다. 반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을 두고 비판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5년간 잼버리 준비 과정에서 견제 기사들이 적었던 점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향후 각종 기사에서 비판만큼이나 해법을 제시했으면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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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65차 지면평가위원회를 열고 8월의 보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도준석 기자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65차 지면평가위원회를 열고 8월의 보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도준석 기자
김재희 변호사 하반기로 갈수록 기획 기사나 심층 기사의 질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특히 14일자, 17일자 1면에 각각 실린 투명 아동의 삶을 다룬 ‘살인, 노예, 임신, 매매, 범죄에 짓눌린 투명 아동의 삶’, ‘보호출산제 없인 엄마도 아이도 유령’ 기사가 인상 깊었다. 판결문 60건을 분석해 투명 아동으로 살다가 형사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투명 아동이 생애 주기별로 어떤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는지, 출생신고 문제가 행정 업무를 넘어 인간의 기본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잘 다뤘다. 또 구체적인 판결문 사례를 통해 영아 때 어렵게 살아남아도 사회적 안전망 없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깊게 파고들었다.

‘이것이 우리의 위기다-2023 청년 부채 리포트’ 시리즈도 인상적이었다. 속도감 있게 압축해서 보도했는데 최근 청년들에게 본질적인 고통을 주는 경제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 통계, 개별 청년 사례 조사, 전문가 인터뷰 등을 아우르는 탄탄한 취재로 그 원인을 심층적으로 잘 다뤘다.

허진재 이사 ‘청년 부채 리포트’ 시리즈는 굉장히 좋은 기사였다. 자체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는데 질문도 좋았고 결과도 잘 나왔다. 다만 성비와 20대·30대 비율이 맞춰지지 않아 아쉬웠다. 다음에는 자체적으로 (설문을) 진행할 때 표본 추출 방법이 엄격하지 않더라도 비율 정도는 맞춰서 가중을 주던지 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언론이 ‘조사를 잘 다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독자들도 하지 않을까 싶다.

김영석 위원장 설문조사를 할 때 샘플링(표본 추출)에 신경 써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 언론의 한계점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신문만이라도 설문조사를 할 때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허진재 이사 많은 관심을 받는 잼버리 기사들도 인상 깊게 읽었다. 잼버리가 유치되고 5년간 서울신문에 관련 기사가 무려 60여건이 나왔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 대한 점검 기사나 비판 기사는 많이 없었다. 이번 잼버리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고 보는데 그 전에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7일자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 개최 확정’ 기사는 서울신문이 아주 빠르게 단독으로 잘 처리했다.

이재현 위원 7일자 1면 ‘묻지마 범죄 테러 안전지대가 없다’ 기사는 흉기 난동 감시를 위해 경찰을 배치했다는 내용이다. 헤드라인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어조가 강렬한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려는 시도겠지만 독자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다.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보다 정부의 대책이나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같은 날 4면 ‘살인예고 54명 검거… 檢 “법정최고형 처벌”’ 기사를 보면 분당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60대 여성 A씨라고 돼 있다. 연령대와 성별까지 모두 밝힌 반면 가해자의 성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기사에는 살인예고 글을 올린 피의자들의 나이대나 성별에 대한 정보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왜 굳이 피해자의 성별과 나이대만 공개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집중을 하게 되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피해자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최소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일권 교수 정치 기사는 갈등에 대한 올바른 의견 형성에 도움을 주거나 정치권력을 견제할 때 의미를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3일자 4면 ‘뒷북치고 ‘복붙’하고… 쏟아지는 法, 法, 法’ 기사는 객관적인 수치를 분석해 국회의원이 행정부를 나무라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소리 높여 말하면서 정작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음을 잘 지적했다. 또한 3일자 ‘[서울 on] 법 ‘잘’ 만드는 국회’, 15일자 ‘[오늘의 눈] 국정조사도 정쟁 도구 삼는 정치권’ 기사는 정치적 맥락을 이해한 상태에서 드러난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한 글이다.

‘이웃이 버팀목이다’ 3부작 시리즈는 무엇보다 구성이 훌륭했다. 1부에서는 통반장 현황을 소개하고 연령대별 분포, 법적 지위와 제도 운용의 근거, 역할과 필요성, 처우 등을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독자가 다음에 소개될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했다. 2부에서는 기자가 동행 취재하며 통장의 활동 모습을 전달했는데 생동감 있고 진실성이 느껴진다. 마지막 3부에서는 20·30대 젊은 통장 4명과 한 간담회를 정리했다. 이들이 현장에서 느낀 바를 젊은 감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 기사는 젊은 세대의 당찬 포부와 밝은 미래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어 새롭고 또 한편으로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끼게 해 줘 좋았다. 전체적으로 기획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면서도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최승필 교수 10일자 6면 ‘국민 분노 틈탄 격리 패스트트랙 국가가 최소한의 치료 책임에서부터’ 기사는 기존의 기사들과 다른 시각을 보여 준 점이 좋았다. 당시 다른 기사들도 있었지만 이런 시각은 별로 없었다. ‘사법입원제’라는 의료와 법이 만나는 지점에서 변호사와 정신의학과 의사의 코멘트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 당시 기자가 창의적인 생각을 했고 좋은 시도를 했다고 판단된다.

반면 여러 기사를 산발적으로 쓰다 보니 종합적인 면을 못 보여 준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1일자 4면 ‘“소위가 병장보다 덜 받을 판” 軍 초급 간부 구인난에 ‘비상’’ 기사와 ‘초급장교 처우 개선 시급하다’ 사설이 있었는데, 앞서 7월 27일자 6면에는 ‘2025년 병장 월급 205만원 받아 올 소위 1호봉은 178만 5000원’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에는 병장 월급 205만원 정책을 시행할 때 전반적으로 군 인력 수급을 고려한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나왔는데, 이 자료를 종합적으로 묶어 보여 줄 기회가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김영석 위원장 이렇게 여러 사람이 얘기하다 보면 우리가 지적해야 할 문제들이 다 드러나는 것 같다. 종합적으로 사회 이슈를 보도할 때 이슈만 노출하지 말고 해결 방안을 같이 제시해 주는 쪽이 좋을 것 같다.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 언론이 해야 할 일이자 독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길이 아닐까 싶다.
정리 김주환 기자
2023-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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