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4년째 공시생 아침밥 챙겨”…수험생 북적이는 노량진 무료급식소

[르포] “24년째 공시생 아침밥 챙겨”…수험생 북적이는 노량진 무료급식소

강동용 기자
강동용 기자
입력 2024-01-21 16:59
업데이트 2024-01-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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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공시생 대상 ‘무료 아침 식사’ 제공
공시생 줄어 새벽밥 이용자 3분의 1로 ‘뚝’
“한 끼를 든든히 해결할 수 있어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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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7시쯤 공무원 시험준비생들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 강남교회 지하 식당에서 제공되는 무료 아침 식사 ‘새벽밥’을 먹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7시쯤 공무원 시험준비생들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 강남교회 지하 식당에서 제공되는 무료 아침 식사 ‘새벽밥’을 먹고 있다.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이 이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그래도 ‘새벽밥’을 찾는 공시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유지하려 합니다.”

공시생들에게 무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새벽밥’을 운영하는 서울 동작구 강남교회의 허윤(41) 목사는 새벽밥을 계속 짓기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교회는 올해로 24년째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인근 노량진 공시생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크게 감소한 데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면서 노량진에서 오프라인으로 수험 생활을 하는 공시생은 더욱 줄어들었다. 지난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3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원자 수는 2021년 19만 8000여명, 2022년 16만 6000여명, 지난해 12만 2000여명으로 2년 만에 3분의2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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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 강남교회 지하 식당 입구에 놓인 새벽밥 안내판
서울 동작구 노량진 강남교회 지하 식당 입구에 놓인 새벽밥 안내판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만 해도 매일 250~300명의 청년이 새벽부터 교회 지하 식당을 찾았지만 지금은 80~100명 수준이다. 허 목사는 “노량진에 남아 있는 공시생은 실기 학원에 다니는 경찰이나 소방관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대부분”이라며 “숫자는 줄었지만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에도 새벽밥 시간이 가까워지자 공시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공시생들은 1만원으로 밥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고물가 시대에 식당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고마워했다. 한동천(27)씨는 “이곳을 알기 전에는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며 “한 끼를 든든히 해결할 수 있게 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홍성연(23)씨도 “식당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일어나다 보니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게 됐다”며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격려도 많이 해 주셔서 여기만 오면 힘이 난다.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아 다른 수험생에게도 힘을 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글·사진 강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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