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 통상 감형요소로 반영돼
피해자 “일방적, 이기적 행태”
축구선수 황의조. 연합뉴스 자료사진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씨의 형수 이모씨 측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2000만원을 형사 공탁했다. 공탁이란 형사 사건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법원에 합의금을 맡겨두는 제도로, 재판부가 피고인 형량을 정할 때 참작 요소로 반영될 수 있다. 이씨에 대한 1심 선고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피해 여성에게 황씨와 나체로 영상통화 하는 캡처 사진을 보내고 영어로 “이거 너 맞지? 의조는 여자가 많다. 내가 곧 사진을 올리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날 황씨에게도 여성과 성관계하는 영상의 캡처 사진과 함께 영어로 “안녕 의조. 나는 당신의 영상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당신은 여자가 많은데 이 영상이 공개되면 어떻게 될까”라며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를 황씨와 만났던 여자라고 사칭한 사실도 적발됐다.
피해자 A씨 측은 전날 이씨가 형사 공탁한 사실을 전달받고 “피고인의 이기적 행태”라며 “어떤 조건으로도 합의할 생각이 없고, 공탁금도 수령할 의사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직전까지 제출한 총 6번의 의견서와 더불어 법정에서도 피고인과 일체 합의 의사가 없고 공탁금 역시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일방적인 공탁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에선 “해킹을 당한 것 같다”며 유포 및 협박 범행을 모두 부인했지만, 최근 재판부에 혐의를 인정하는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이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러 상처를 줬다”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측은 “재판이 끝나고 이씨가 형기를 마쳐도 피해자들은 평생 불안할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피해가 너무 커 구형 4년은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피해자 동의 없는 공탁 ‘감형’ 늘어형사공탁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금을 맡겨 피해자가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알아야 공탁이 가능했지만, 2022년 12월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시행되면서 피고인이 사건번호만 알아도 공탁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피고인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합의를 종용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제도 개선 뒤 가해자들이 공탁금을 법원에 내면 재판에서 감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범죄 양형 기준에 ‘상당한 피해회복(공탁 포함)’이 감경 사유로 포함돼 있어, 성범죄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들이 일방적으로 법원에 공탁금을 내고 감형을 받는 데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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