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를 이송한 구급대원이 구급차를 정리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2024.9.26 연합뉴스
매일 안부를 나누던 이웃이 며칠간 보이지 않자 119에 신고해 이웃을 구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현직 소방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신고받고 한 빌라에 출동한 사연을 공유했다.
A씨는 “빌라에 산다고 ‘빌거’(‘빌라 거지’의 줄임말)라고 하는데 세상에 어쩜 그리 끔찍한 말은 잘도 만들어 내는지. 오늘은 그런 빌라에서 있었던 일 하나 얘기해주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장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건물이었다”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젊은 여자랑 남자가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남자는 앞으로 고꾸라졌는지 입술이 터지고 안경 코 받침에 얼굴이 긁혀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며 “계속 몸을 떠는 데다 말은 어눌했는데, 남자가 보여준 복지 카드를 보고 선천성 뇌 병변에 더해 지적 장애까지 있는 장애인이라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남자 옆에서 울고 있던 여자에게 A씨는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고, 여자는 “옆집 사는 사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매일 같이 인사하는 남자가 연이틀 얼굴을 비치지 않아서 걱정되었나 보다”라며 “그래서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고민하다가 남자의 집 문고리에 손을 얹었던 거다. (해당) 빌라엔 관리 사무소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문은 열려 있었고 여자는 발작이 온 뒤로 기진해서 내내 쓰러져 있던 남자를 보고 119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여자가 “죄송하다”고 했고, A씨가 “잘하신 건데 뭐가 죄송하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여자로부터 “더 빨리 신고할 수 있었는데”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나는 뭐에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니까 사는 집의 크기를 가지고 사람 마음의 크기를 재단하지는 말자”며 “가난한 동네건 부자 동네건 꽃은 핀다”고 마무리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