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용 한약 ‘건보 적용’ 제 밥그릇 깨는 한의사들

치료용 한약 ‘건보 적용’ 제 밥그릇 깨는 한의사들

입력 2013-08-24 00:00
수정 201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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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건보 시범사업’ 10월 시행 앞두고 좌초 위기

올해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한의사와 약사 단체 간 갈등과 한의사 단체 내부 이견 때문에 시작도 못 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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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 관련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지난해 10월 한방 치료용 첩약에 3년간 시범사업 형태로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연간 2000억원에 이르는 건보 재정도 배정했다. 계획대로라면 한방 치료를 받고 싶어도 지나치게 높은 약값을 부담스러워하던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문제는 구체적인 사업 방식을 두고 정부와 직능단체의 협상은커녕 한의사협회 내부 의견 조율도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의계에선 ‘이러다 첩약 건보 적용 기회를 아예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당초 건정심은 한의사와 약사 간 갈등을 우려해 관련 직능단체 간 합의를 시범사업의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약사단체는 한약사, 한약조제시험을 통과한 한약 조제약사에게도 첩약 건보 적용 시범사업 참여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한의사 쪽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당장 한의계 내부 논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한의계 내부에는 일단 정부와 바람직한 적용 모델을 논의하자는 ‘협상파’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는 첩약 건보 적용 방안을 검토하자는 의견을 다수로 채택했다. 대의원대회는 협회 정관에 따른 최고의결기구다.

하지만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에게도 첩약 건보 적용을 허용하느니 차라리 시범사업 자체를 거부하자는 입장을 보여 온 한의사협회가 민법을 준용한 ‘사원총회’를 다음 달 8일 소집해 놓았다.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사원총회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법에 정해진 보수교육도 진행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계 내부 갈등으로 10월 이전에 첩약 건보 적용 시행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행 시기를 연기하려면 건정심 위원들의 합의를 거쳐야 하므로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복지부는 “보수교육은 정치적 행사와 연계해 진행할 수 없으며 실내체육관 등에 운집한 상태로 실시하는 것은 보수교육 취지와 맞지 않으니 시정하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한의사협회 집행부는 “대의원총회보다는 전 회원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3-08-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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