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발령에 공식입장 안 낸 檢
“윤석열 총장, 수사 의지 꺾지 않을 것”일선 지검 수사팀 인사폭 매우 클 듯
집단 사표나 성명 발표 가능성 적어
법무부가 8일 ‘윤석열 사단’을 사실상 와해시키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현 정권을 겨냥해 온 검찰의 수사가 사실상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청와대의 윤석열 검찰총장 힘 빼기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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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매우 격앙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취임 이후 첫 고위간부 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완전히 빼려는 시도로 읽히면서 반발이 거세다. 다만 윤 총장과 교체 대상이 된 간부들은 8일 인사 직후엔 말을 아꼈다.
조국(55·불구속 기소)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이끈 지휘라인이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건 일찌감치 예견됐다. 그럼에도 검찰 내부엔 충격파가 컸다. “다선 의원이고 당 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이 무리한 인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마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검찰 내부에선 해석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예상은 했지만 이건 개혁 범위를 완전히 넘어선 것”이라면서 “차라리 윤 총장에게 직접 사표를 내라고 하지 참모진을 모두 내보내 손발을 자르는 건 더 음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주력했다는 이유로 이처럼 노골적으로 경고를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대검은 인사발령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인사 직후 대검 관계자는 “이미 발표된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공식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신년 다짐회에서 밝힌 신년사에서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은 이미 신년사를 통해 검찰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며 이번 인사에도 불구하고 수사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집단 사표나 성명 발표 등은 없을 전망이다. 지나치게 반발하는 모습을 드러내면 오히려 ‘검찰 개혁 작업이 한창인 시점에서 득이 될 게 없다’는 인식이 조직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지난해 7월 말 윤 총장이 취임 후 단행된 첫 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 승승장구한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 내부 일선 지검의 차장검사나 부장검사 등 향후 중간 간부 인사도 주목하고 있다. 대검 핵심 참모진과 검찰의 요직을 대거 바꾸면서 일선 수사팀 등의 인사폭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 간부들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줄줄이 교체되면서 최근 검찰이 진행해 온 청와대 하명수사 등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해 한동훈 부장과 박찬호 부장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와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이전처럼 청와대에 맞서 수사를 이어 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도 교체되며 실제 해당 수사들을 담당해 온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와 공공수사2부도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수사팀 흔들기 인사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로 인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다선 의원이자 당 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이 무리한 인사를 할 리 없다”는 예상을 완전히 깨뜨린 인사란 것이다. 검찰 안팎으로 윤 총장이 수사를 직접 지휘해서라도 수사 동력은 이어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를 들면 특별 수사팀을 꾸려 윤 총장의 수족을 팀장에 앉힌 뒤, 윤 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방식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새로 들어오는 대검 참모들이 파격적으로 의외의 인물은 아니다”라며 “총장 특유의 리더십 아래 수사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일선 검사장급에서 관련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하면 윤 총장이 일선 수사팀으로부터 직보를 받는 등 수사에 직접 개입할 여지도 있다.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또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미 수사가 상당히 진척된 데다 관련 자료가 남아 있어 추가 수사나 기소 등이 지장을 받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2020-01-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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