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대법-헌재 갈등…감정싸움 접고 ‘한정위헌 기속력’ 논의해야

해묵은 대법-헌재 갈등…감정싸움 접고 ‘한정위헌 기속력’ 논의해야

곽진웅 기자
곽진웅 기자
입력 2022-08-22 17:51
업데이트 2022-08-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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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헌재 ‘30년 갈등’ 해법 마련해야
‘재심청구 기각-재판취소’ 핑퐁 가능성

비슷한 해외 사례있지만 ‘한계 지적’
법조계 “결국 ‘입법’으로 풀 수밖에”
김명수 대법원장(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열린 김기춘-조윤선 등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2020.1.30 오장환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대법관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열린 김기춘-조윤선 등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2020.1.30 오장환 기자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을 근거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잇달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원과 헌재의 30년 묵은 갈등이 재점화됐다. 법률의 최종 해석 권한을 둘러싸고 양대 사법기구가 양보 없는 기싸움을 이어가면서 사법제도의 안정성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을 비롯한 해법이 이제는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근거로 지난 6월 30일 ‘뇌물죄 적용 사건’, 지난달 21일에는 ‘조세감면 규제법 사건’에서 각각 재판취소 결정했다. 1997년 ‘소득세법 사건’ 관련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취소한 데 이어 25년 만이다.

그러자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헌재법 47조가 규정하는 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고 재심 사유도 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정위헌은 법 조항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특정한 해석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는 결정이다. 보통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형태로 나온다. 헌재는 위헌 결정 권한이 헌재에 있기 때문에 한정위헌 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대법원은 법률의 최종적 해석 권한은 자신에게 있다며 반발해왔다.

한정위헌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붙으면서 양 기관의 기싸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과 헌재의 재판취소가 반복되는 식의 핑퐁 게임이 이어져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 당사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셈이다.
대심판정에 선 헌법재판관들
대심판정에 선 헌법재판관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선고를 위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1.27
뉴스1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진 않다. 이탈리아도 40년간 비슷한 갈등이 이어졌다. 이에 이탈리아는 ‘살아있는 법’ 이론을 통해 갈등을 정리하고자 했다. 법원보다 뒤늦게 설립된 헌재가 기존에 법관에 의해 확립돼 있는 판례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이는 헌재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확립된 판례의 기준도 불분명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2015년 헌법재판연구원이 발행한 관련 연구보고서에는 “몇 개의 판례로 견고한 판례가 형성됐다고 보는 경우가 있어 명확한 경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돼 있다.

결국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헌재법에 한정위헌의 근거를 마련하고 ‘재판소원’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반대로 한정위헌 결정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헌재 결정의 구속력을 부인하는 주된 논거가 한정위헌 결정에 근거가 없다는 것인데 헌재법 개정을 통해 변형 결정에 대한 근거를 법으로 만들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 전에 헌재와 대법원의 권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손인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 기관이 우열 다툼에서 벗어나 헌법재판소 등의 설립 취지와 해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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