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연 韓베트남교류협부회장 “결혼이주자 위한 제도 마련돼야”

이희연 韓베트남교류협부회장 “결혼이주자 위한 제도 마련돼야”

입력 2010-02-22 00:00
업데이트 201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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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트남 친선협회 이희연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자와 만나 “베트남은 개발의 여지가 많은 나라”라면서 “한국의 기술력과 베트남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보다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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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트남 친선협회 이희연 부회장
한국-베트남 친선협회 이희연 부회장


 그는 남다른 핏줄을 타고 났다.베트남 최초의 독립 왕조였던 리(Ly·李)왕족의 후예로 한국에 정착한 ‘화산 이씨(花山 李氏)’이다.다문화가정의 선배격인 화산 이씨의 종친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늘어나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에 대한 잘못된 편견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도 “아직도 전통적인 관습을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를 주입시키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인식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베트남은 몇년새 늘어난 국제결혼의 중심에 있다. 현재 한국인과 가정을 이룬 베트남 여성은 3만 612명으로 중국(7만 87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베트남 친선협회는 언제 어떤 취지로 설립됐나.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사회·문화부문 교류에 앞장서 친선과 번영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1년 8월 설립됐다.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

 -협회는 양국의 교류 증진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양국간 경제·문화 교류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민간조직들의 친선도모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국제원조와 복지 봉사 등에도 힘쓰고 있다. 또 베트남 국영법인인 ‘베트남-한국 친선협회’와 함께 매년 양국간 협력 증진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상호 친선 방문을 주선하고 있다. 양국의 경제인들이 왕래할 때도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003년과 2009년에는 베트남 현지에 학교를 지어 기증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베트남어로 번역해 베트남 정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올해는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 주석의 옥중일기 서예전을 한국에서 열고 있다.

 -화산 이씨 종친 회장도 맡고 있는데 화산 이씨의 유래와 역사, 현황은.

 ▲화산 이씨의 선조는 베트남 최초·최후의 독립 왕조였던 리(Ly·李)왕족의 후예다. 시조인 이용상(李龍祥)은 리 왕조의 7대왕 고종의 동생으로 조카가 왕위를 찬탈당한 뒤 왕족 몰살을 피해 배를 타고 표류하다 황해도 옹진에 불시착해 일가를 꾸렸다. 그는 몽골이 침략했을 때 앞장서 싸운 공을 인정받아 고려 고종으로부터 화산군(花山君)으로 봉해졌다. 현재 38대까지 내려왔으며, 한국에는 총 1000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종친들 가운데 베트남 현지와 교류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2005년 한국증권회사 최초로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상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이 있다. 골든브릿지는 현재 총 자본금 1900여억원의 금융그룹으로 베트남 진출 이후 베트남 정부는 이 회장의 혈통을 공식 인정, 내국인 대우를 하고있다.

 이창근(베트남명 리 쓰엉 깐)씨도 2000년 베트남으로 귀화, IT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 씨를 자국인으로 인정, 내국인 증명서를 주고 현지 사업권도 허락했다.

 이 외에 화산 이씨 종친회는 해마다 음력 3월15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인근인 하박성에서 열리는 리 태조 즉위 기념행사에 후손 자격으로 참석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 왕조의 후예가 찾아왔다.”면서 각별히 환대하고 있다. 

 -현재 많은 국제결혼이 이뤄지고 있다. 결혼이주자 중 특히 베트남 여성들이 많은데 한국 사회에서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일각에서는 ‘농촌총각 결혼시키기’처럼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국제결혼이 보편화되면서 외국인과 결혼을 하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정부 지원도 늘어나고 있고 민간단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은 많다.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은 도와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전통적인 관습을 강요한다거나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를 주입시키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결혼이주자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본다. 여자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은 빨리 없어져야 한다. 가정 안에서 서로의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베트남간 국제결혼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면?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불법 알선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확실한 정보도 없이 돈만 가지고 무조건 결혼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양국 정부가 공인하는 기관을 만들어 나이·학력·신체 등 신상정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뒤 그 곳을 통해 결혼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민간단체에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에 대한 협회 차원의 지원 방안은.

 ▲과거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자들을 대상으로 베트남어와 역사·문화교육을 했었다. 이것에 더해 베트남 여성들에게도 한국어와 문화·전통을 가르칠 계획이다.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 등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업이 뒤쳐지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교육부터 변해야 한다. 학교부터 세계화에 발 맞춰 더불어 사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아이들에게 여러 민족과 더불어 살기의 필요성을 가르쳐야 한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를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베트남은 개발의 여지가 많은 나라다.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각종 자원도 풍부하다. 한국의 기술력과 베트남의 인적·물적자원을 이용해 베트남 개발에 참여하면 양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SOC·교역·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간의 교역을 증대했으면 좋겠다.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같은 유교·불교·한자문화권을 가지고 있고 지리적 환경도 비슷하다. 다른 나라보다 쉽게 친밀해질 수 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베트남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적 교류도 유리한 것이다.최근 양국간 외교관계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됐다. 이를 계기로 경제·문화적 교류가 보다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결혼·취업 등을 위해 한국으로 온 베트남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타향에 와서 생활하려면 본인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겠나. 한국 문화를 잘 익히고 한국말을 빨리 배우도록 노력해 한국사회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700여년전 한국에 자리를 잡고 정착한 화산 이씨처럼 새로 들어온 베트남 사람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잘 정착하기 바란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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