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올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대형 사건’ 두 가지를 취재할 기회를 만났습니다.
첫째, 몇 달이나 전국을 뒤흔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입니다. 지난해 12월 22일 1차 준비절차기일부터 시작해 기일마다 심판정에 들어가 관련자 진술을 들으며 때론 놀라고 때론 분노했습니다. 올해 3월 10일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언했을 땐 심판정의 동료 기자들과 함께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죠. 탄핵이란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목격한 건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두 번째 ‘대형 사건’은 지난달 3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인수식이었습니다. 사실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그리스까지 날아갔지만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설렘이 없었습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겪으며 최순실(61)씨 일가와 그 주변 인물이 평창에도 마수를 뻗쳤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로 상당 부분 발본색원했다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성화 인수식을 취재하니 조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조금이라도 평창을 홍보하고자 마이크 앞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던 평창조직위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스에 한인이 300여명뿐인데 김기석(60) 한인회장을 비롯한 100여명은 생업을 잠시 접고 행사장을 지키는 열의를 보였지요. 최초의 근대 올림픽이 열렸던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1만여명이 들어찬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팔짱을 낀 채 행사를 지켜보다 막판엔 팔짱을 풀게 됐습니다.
가까이서 살피면 안 보이던 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2011년 7월 대회 유치 이후 온갖 질타를 받던 평창동계올림픽도 다가가면 색다른 모습들이 눈에 띌 것입니다. 이승훈(29), 이상화(28·이상 스피드스케이팅), 심석희(20), 최민정(19·이상 쇼트트랙) 등의 국가대표가 4년 동안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조직위에서는 7년여 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 더 잘 느껴질 터입니다.
경기장을 찾는 것은 TV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1988 서울올림픽을 관람했던 앞선 세대가 그랬듯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직접 본다는 것은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지 모릅니다. 30년 만에 찾아온 ‘인생 경험’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권합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첫째, 몇 달이나 전국을 뒤흔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입니다. 지난해 12월 22일 1차 준비절차기일부터 시작해 기일마다 심판정에 들어가 관련자 진술을 들으며 때론 놀라고 때론 분노했습니다. 올해 3월 10일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언했을 땐 심판정의 동료 기자들과 함께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죠. 탄핵이란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목격한 건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두 번째 ‘대형 사건’은 지난달 3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인수식이었습니다. 사실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그리스까지 날아갔지만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설렘이 없었습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겪으며 최순실(61)씨 일가와 그 주변 인물이 평창에도 마수를 뻗쳤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로 상당 부분 발본색원했다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성화 인수식을 취재하니 조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조금이라도 평창을 홍보하고자 마이크 앞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던 평창조직위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스에 한인이 300여명뿐인데 김기석(60) 한인회장을 비롯한 100여명은 생업을 잠시 접고 행사장을 지키는 열의를 보였지요. 최초의 근대 올림픽이 열렸던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1만여명이 들어찬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팔짱을 낀 채 행사를 지켜보다 막판엔 팔짱을 풀게 됐습니다.
가까이서 살피면 안 보이던 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2011년 7월 대회 유치 이후 온갖 질타를 받던 평창동계올림픽도 다가가면 색다른 모습들이 눈에 띌 것입니다. 이승훈(29), 이상화(28·이상 스피드스케이팅), 심석희(20), 최민정(19·이상 쇼트트랙) 등의 국가대표가 4년 동안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조직위에서는 7년여 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 더 잘 느껴질 터입니다.
경기장을 찾는 것은 TV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1988 서울올림픽을 관람했던 앞선 세대가 그랬듯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직접 본다는 것은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지 모릅니다. 30년 만에 찾아온 ‘인생 경험’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권합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11-02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