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女아이스하키 출전 앞둔 자매
한국 출신 언니 마리사, 아기 때 美 입양양부모 친딸인 동생 한나와 함께 운동
검은 머리의 언니와 금발을 늘어뜨린 동생이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링크에 함께 설 꿈에 부풀었다.
서울 태생으로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국적회복을 신청한 뒤 2015년 7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합류한 마리사 브랜트(오른쪽)가 미국 대표팀 선발을 예약한 동생 한나와 집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마리사는 친부모를 찾는 것도 한 목표라고 말한다. 지난해 7월 국적을 되찾아 국제경기에 뛰게 됐다.
한나 브랜트 트위터 캡처
한나 브랜트 트위터 캡처
마리사는 2015년 미네소타 출신으로 한국 대표팀의 골리 코치를 맡던 레베카 룩제거로부터 한국 대표팀에 지원해 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북미 여자 아이스하키 2부 리그의 구스타부스 아돌프스 대학에서 4년 내내 선수로 뛴 마리사의 재능을 눈여겨본 것이다.
진로를 고민하던 마리사는 망설이지 않고 수락했다. 입양 뒤 처음으로 그해 7월 한국 땅을 밟았다. 한글도 몰랐고 매운 음식도 먹지 못했지만 이제는 미네소타 집에 돌아오면 가족과 함께 불고기와 만두 등을 먹으러 다닌다. 한나에게는 케이팝 음악을 소개했다.
마리사는 지난 4월 강릉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에서 ‘박윤정’이라고 적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한국이 5전 전승으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연주될 때 “한국인이란 게 자랑스럽고 내가 찾아야 할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한나 역시 꿈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이번 주초 4개국 컵 대회에서 두 골을 넣어 승리를 이끄는 등 최종 엔트리 발탁을 눈앞에 뒀다. 현재 세미 프로팀에서 뛰는 한나는 미네소타 대학 2학년이던 소치동계올림픽 때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마리사는 동생이 펑펑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마리사는 지난해 겨울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한나의 세미 프로팀 경기를 지켜봤다. 일일이 한국 선수들을 동생과 미국 선수들에게 소개하며 즐겁게 어울렸다. 아버지 그렉은 “두 팀 선수들이 떠드는 소리가 체육관을 들었다 놨다 했다“며 웃었다. 한나는 “언니가 평창 개회식에 걸어 들어가며 날 때의 이름을 유니폼 등에 붙이고 스케이팅하는 모습을 생각해요. 일종의 운명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11-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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